제주4.3사건 당시 여성들이 토벌대에 의해 바다에 수장(水葬)됐다는 증언이 나와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20일 제주4.3연구소(소장 이규배)에 따르면 4.3사건이 발발한 후인 48년 5월 제주항에 정박중인 해안경비대 JMS-301정 승조원이었던 조경규(81. 경남 진해시)씨를 지난 13∼14일 제주도로 초청, 4.3당시 증언을 채록하는 과정에서 조씨가 이런 내용을 밝혔다는 것이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조씨가 49년 2∼3월경 제주시 산지항에 배를 대고 해안 봉쇄 임무를 수행중이었는데 육군이 돛대도 없는 무동력 민간 소유의 목선에 30∼40대로 보이는 여성 20여명을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가 빈배로 돌아오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육군 토벌대의 만행은 차마 볼 수 없었으며 제주도민들이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또 "밧줄로 포박된 한 여성은 자기가 죽으면 반지가 필요없기 때문에 손가락의 반지를 빼어내 부둣가에 서있던 15∼16세의 여자에게 주려고 안간힘을 쓰며 절규했으나 한 군인이 냉정하게 차단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씨는 당시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한 여성을 석방시켜 그 여자와 결혼했는데 당시 결혼한 아내와 같이 경찰서에 수감됐던 10여명의 여성들을 석방시키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한"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또한 조씨는 49년 제주시 사라봉에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기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깊이 1m, 길이 70m의 도랑을 파는 것을 목격하고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사람을 죽여 묻을것'이라는 애기를 들었다고 증언했으나 현지 학인 결과 지형이 바뀐데다 조씨의 기억이 희미해져 확인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군.경에 의해 자행됐던 바다 수장 사건에 대해 희생자와 유가족 등의 증언은 있었으나 제주 해안 봉쇄 임무를 맡았던 해안경비대 출신의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다만 조씨의 나이가 많고 목격당시의 계절이나 날짜 등을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해 우선 기록으로 남겨두고 추가 증언 및 증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4.3사건과 관련, 토벌대가 제주시 주정공장에 수용됐던 도민 상당수와 여성들을 돌에 매달아 바다에 수장시켰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으나 관련 기록이나 증거 및 가해자 또는 목격자의 확실한 중언이 뒷받침되지 않아 4.3진상 규명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제주=연합뉴스) 이기승 기자 l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