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의 캐스팅으로 인해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마련됐습니다." 내년 중순께 방영될 24부작 드라마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를 준비 중인 드라마 외주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 말이다. 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대작으로 최근 배용준이 주인공 광개토대왕 담덕 역으로 캐스팅됐다. 배용준의 개런티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제작사 측이나 배용준 측 모두 밝히길 꺼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는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파격적인 액수라고 알려지고 있다. 박 이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용준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전제를 했지만 "배용준의 캐스팅으로 인해 투자 유치가 훨씬 원활해진 것만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태왕사신기'는 제작비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이를 모두 조달하기가 어렵다. 해외에서 상당 부분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류의 한 축인 중화권의 돈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의 소재인 고구려사에 대해 중국이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시장에서 엄청난 상품가치를 갖고 있는 배용준의 합류는 2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조달해야하는 제작진에게 큰 탄력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밀려드는 투자 제의에 신중히 응해야할 정도다. 박 이사는 "투자 제의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배용준의 이미지와 작품의 질을 동시에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제작비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배용준이 주연을 맡아 촬영 중인 영화 '외출'은 9월 개봉을 앞두고 이미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용준이 출연한다는 이유 때문에 최고가로 일본에 수출이 되는 등 제작비의 대부분이 벌써 회수된 상태다. 배용준 카드는 향후 드라마의 수익 창출에도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연가' 이후 4년 만에 배용준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만큼 일본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 확실시된다. 아울러 배용준의 캐스팅은 향후 다른 배역의 캐스팅 작업에도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캐스팅 전쟁'을 치르고 있는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다른 배역에서도 배용준에 걸맞는 비중 있는 스타의 캐스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가 배용준에게 드라마 사상 최고의 출연료를 건넨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남는 장사가 되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