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장경호씨(34)는 지난해 4월말 모 운용사가 내놓은 고배당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적립 형태로 매달 30만원씩 넣었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936포인트를 고점으로 급조정을 받던 무렵이었다.


장씨는 지수가 한달여만에 100포인트 이상 급락했으나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1년 이상은 투자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수는 작년 8월초 719포인트까지 추락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 30만원씩 넣으며 펀드 적립액을 늘려갔다.


이후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올들어 2월말에는 1,000포인트를 넘었다.


장씨는 역시 약세장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수는 올 3월초부터 다시 조정을 받아 4월 중순에는 930선까지 하락했다.


1년만에 지수가 펀드 가입시점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럼에도 장씨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수는 1년간 제자리를 맴돌았지만 장씨가 거둔 수익률은 무려 31.77%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간 투자한 3백60만원의 원금이 4백74만원으로 불어났다.


어떻게 이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장씨의 대답은 간단하다.


'간접투자의 매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수하락기에도 적립식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우량주 위주로 투자한 결과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효과 덕분에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고 그는 설명했다.


장씨처럼 간접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성공사례가 속속 이어지면서 간접투자 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간접투자 시장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따른 증시환경이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데다 투자자들도 직접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어 올해는 간접투자가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펀드 2백조원 시대 개막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의 가입금액(수탁액)은 오는 4월말이면 2백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2백조원을 웃도는 것이다.


펀드 수탁액은 지난 99년 증시 상승장에서 한때 2백62조원까지 불어났으나 같은해 7월 '대우채 환매 사태'가 터지면서 급감하기 시작,2000년말에는 1백38조원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다 2003년 2월에는 다시 1백91조원으로 2백조원 재돌파를 눈앞에 두었으나 SK글로벌과 LG카드채 사태로 인해 좌절됐다.


펀드 수탁액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급증추세로 돌아서 5년만에 다시 2백조원 시대를 열게 됐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기업들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고, 펀드 시장도 점차 성숙돼 가면서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간접투자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펀드 인기는 과거 '바이코리아'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지난 99년에는 펀드 투자에도 '대박 환상'이 성행하다 한순간 거품이 꺼졌지만 지금은 펀드 시장 환경과 투자자의 마인드가 성숙돼 간접투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간접투자 붐을 이끄는 적립식 펀드 가입액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초 3천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적립식 펀드 수탁액은 불과 1년여만에 10배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했다.


◆투자자를 유혹하는 펀드상품


간접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운용사들도 투자자들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펀드상품을 개발, 투자자 붙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펀드 상품은 모두 6천5백여개로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주식수보다 4배 정도 많다.


펀드 종류도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외에 부동산펀드 선박펀드 금펀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심지어 대학 기숙사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펀드까지 등장한 상태다.


물론 펀드 숫자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실제 수익을 내는 펀드들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순 제로인 팀장은 "과거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좋은 운용사와 펀드 상품을 골라 투자하면 시중 금리수준보다 3∼5배 정도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 판매 채널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은 펀드에 가입하려면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


펀드 판매가 사실상 증권사와 은행에 집중돼 있어 판매수수료가 가입금액의 2%를 넘어서기도 하는 등 소비자 부담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러 회사 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가전 양판점처럼 각종 펀드 상품을 인터넷에 한데 모아놓고 판매하는 이른바 '인터넷 펀드 슈퍼마켓'이 이르면 연말쯤 등장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펀드 수수료는 종전보다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은행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가 지속되는 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저축에서 투자'로 급속히 바뀔 수밖에 없으며, 특히 직접투자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간접투자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개인들의 가계자산 운용에도 일대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