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대만 4개국의 반상 영토전쟁이 시작된다.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과 함께 국가 단체 대항전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CSK배 바둑아시아대항전이 오는 5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다. CSK배는 한중일의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와 달리 대만이 가세해 총 4개국이 맞대결을 펼치는 기전이다. CSK배가 농심신라면배와 다른 점은 농심신라면배가 한 명씩 차례로 승부를 겨뤄 패자를 탈락시킴으로써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국가가 우승하는 '녹다운제 연승전' 방식인데 반해 4개국 풀리그전으로 펼쳐진다는 점. 즉, 국가당 5명의 대표팀이 출전해 다른 3개국과 단체전을 벌여 우승국을 가리는 방식이다. 진로배 5회 우승, 농심신라면배 6회 우승 등 ‘단체전 불패신화’를 기록해 온 한국이지만 CSK배 만큼은 별 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아니 오히려 악연이 있다. 2000년 3월 제13회 후지쓰배에서 조훈현 9단이 우승한 이래 3년간 이어져 온 한국의 세계대회 연승기록이 23회 우승에서 종지부를 찍게 된 원인이 바로 제2회 CSK배였던 것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우승컵을 내어주며 국제기전 독주의 막을 아쉽게도 내려야 했다. 2002년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이후 2년 간 우승에 실패했다. 2회는 일본이, 3회 대회에서는 중국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특히 지난해에 한국은 전원 타이틀 보유자로 구성된 '역대 최강의 팀’이 출전했으나 중국에 참패하며 우승에 실패한 바 있다. 3회 대회까지 일본의 최남단 오키나와에서 개최돼 '오키나와 컵'으로까지 불렸던 CSK배가 4회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함에 따라 한국 선수단의 우승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타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될 한국 선수는 한국 바둑계를 양분하고 있는 이창호 9단과 최철한 9단, 국제파 이세돌 9단과 박영훈 9단, 그리고 국내 최대기전인 전자랜드배 우승자 김성룡 9단이다. 이에 맞서 지난 대회 우승팀 중국은 대륙 최강의 신예 구리를 비롯해 콩지에, 저우허양, 왕레이, 후야오위가 출전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하게 된다. 2회 대회 우승팀이자 주최국 일본은 기성 하네 나오키, ‘바둑 사무라이’ 요다 노리모토, 야마시타 게이고, 유키 사토시, 다카오 신지로 팀이 짜여졌다. 아직 우승 맛을 보지 못한 대만팀은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만 출신 기사들로 구성됐다. 대만 바둑계의 간판이라 할 린하이펑 9단을 비롯해 명인, 본인방을 움켜쥐고 있는 장쉬, 중견기사 왕리청, 왕밍완과 대만 바둑계 최고수 저우쥔신 9단이 출전한다. 이번 CSK배의 우승상금은 2천만엔(한화 2억원). 개막식은 이달 30일 프라자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양형모 객원기자 ranbi36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