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에 띄는 신인 연기자들이 부쩍 등장하고 있다. 한동안 '인물'을 못찾아 헤맸던 연예계가 '새로운 피' 수혈로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장희진(22)도 뉴페이스 그룹중 선두주자다. 작년 강동원과 찍었던 KTF, 선글라스 위로 눈을 살짝 치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카스맥주, 무엇보다 '제2의 전지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던 요맘때 광고 CF를 통해 그는 이미 젊은층에게 널리 알려졌다. 요맘때 CF에서 가로등 사이로 몸을 숨기는 동작이 가능할 만큼 그는 마른 체구를 갖고 있다. 170㎝에 고작 47㎏이다. 거기에 "안무가 있으면 못추지만, 제멋대로 하라면 잘 추는 편"이라는 춤솜씨가 있어 데뷔 시절 섹시한 춤사위로 남성팬의 시선을 고정시켰던 전지현과 닮아있다. 그렇지만 그는 "CF가 아니라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지난달 방영됐던 MBC TV 베스트극장 '어느 멋진 날'(극본 황성연, 연출 김진만)을 통해 방송관계자들과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신인 오디션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토지'의 이종한 PD가 오디션 과정도 생략한 채 그를 '토지' 5부를 이끌 봉순의 딸 '양현' 역에 캐스팅했다. 전지현을 발굴했던 오종록 PD도 '건빵선생과 별사탕'에 오은별 역으로 캐스팅해 당초보다 극중 비중을 늘려 공유를 두고 최여진과 삼각관계를 이루게 할 예정이다. "김진만 감독님, 김민준 선배와 합숙을 하는 등 '어느 멋진 날'을 준비하면서 연기가 점점 더 좋아졌어요. 내가 몰랐던 내 감정이 있다는 것을, 그걸 끄집어내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려줬던 작업이예요." '토지' 촬영을 앞두고 그는 설레고 초조하다. 어린 시절 입었겠지만, 그에게 한복을 입었던 기억이 없다. 낯선 한복 만큼이나 아직 장막극은 그에게 새롭고 떨린다. '토지'에서 양현은 어머니(봉순)가 자살한 후 최서희의 양딸이 돼 일본에 유학가 의사가 돼 돌아온다. 인텔리이지만 기생 어머니를 뒀다는 자신의 출생의 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서희의 아들 윤국이 아닌, 백정 아들 영광과 사랑에 빠진다. "맑고 지적인 여자죠. 그렇지만 자신의 출생과 사랑으로 인해 여러가지 미묘한 감정을 보여야 해요. '토지'를 읽으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인데 잘 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긴장감을 보인다. '건빵선생과 별사탕'에서 그는 초반엔 최여진이 이끄는 무리중 하나로 등장한다. 일명 그는 '여성스러운 날라리'다. "제 말투가 드세지 못해서 오 감독님이 그냥 '여자다운 날라리로 설정해라'고 하셨어요. '건빵…'촬영장은 연기한다는 생각보다 친구들끼리 놀다온다고 생각될 정도로 재미있죠." 그는 인터뷰 내내 담요를 덮어썼다. 추위는 못참는 체질이란다. 쌀쌀한 봄바람에 얇은 민소매옷을 입었으니 추울 밖에.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에게 겨울잠을 자게할 것예요. 24시간을 자도 내성이 생겨 허리가 전혀 안아플 정도로 잠을 좋아하는데다, 겨울엔 추운데 어떻게 밖에 나가요"라고 마치 유치원생같은 순진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된데는 아버지의 교육의 영향이 컸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그의 아버지는 중학 시절 매일 격려의 메모를 가방에 남겨뒀고, 지금도 1주일에 한번씩 현관앞 메모판에 그에게 전해줄 경구를 불여놓으신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초롱초롱하게 말한다. 그나저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작다는데 어떻게 이런 딸이 나왔을까. "부모님이 아기때부터 스트레칭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주셨어요. 저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벅차 남동생은 안해줬는데, 그 때문인지 남동생은 작아요"라며 씩 웃는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