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증시를 뒤흔든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 속에서도 장기 투자 성향의 미국계 자금은 오히려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기성 자금과 헤지펀드들이 많은 유럽계와 조세회피지역 자금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서도 한국 증시를 홀로 지킨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한 외국인의 본격적인 '셀 코리아' 관측은 일단 기우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여전히 불안해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계 팔고,미국계 사고 15일 금융감독원이 외국인 투자자금을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미국계 자금은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1조1천4백54억원어치(결제일 기준)를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 순매도가 1조4천4백60억원에 달한 지난달에도 미국계는 5백32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와 케이맨군도 등 조세회피지역 자금은 올 들어 2월까지 순매수를 하다 3월 순매도로 돌아섰다. 3월 한 달간 유럽계는 9천8백82억원,조세회피지역은 3천4백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외국계 자금의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윤용철 리먼 브러더스 상무는 "유럽계 펀드는 대개 경기 동향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반면 미국계 펀드는 중장기 뮤추얼펀드와 연기금 등이 주축이어서 기업가치에 근거한 장기 투자 성향이 짙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유럽계 자금이 신흥시장에서 발을 뺀 데 반해 미국계 자금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주가 하락을 오히려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피델리티펀드 얼라이언스캐피털 등 미국계 자금은 최근에도 포스코 현대미포조선 한섬 등을 신규로 사들이거나 지분을 늘렸다. ◆그래도 불씨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시장의 주축인 미국계 자금이 흔들리지 않은 데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경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 규모가 1,2월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외국인 매도 공세 속에서도 미국계 자금이 별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국내 증시에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T(정보기술)경기 회복 지연 우려가 여전한 데다 국제적으로도 유가 불안,미국의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 중 일시적 침체) 가능성 등 악재요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MSCI(모건스탠리지수)에서 대만 비중이 확대되고 한국 비중이 축소될 예정인 점도 불안 요인이다. 삼성증권 이 연구원은 "MSCI지수의 1차 대만 비중 확대 직전인 작년 10월 유럽계뿐 아니라 미국계 자금도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거 매도한 전례가 있다"며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할지를 속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