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에서 발생한 4백억원대의 금융사고로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해 옛 우리신용카드에서 발생한 횡령사고와 동기나 정황면에서 닮은 꼴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 뿐 아니라 직원윤리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은 '본점'의 대리가 무려 16차례에 걸쳐 4백억원을 자기 주머니로 빼돌렸는데도 은행측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김씨가 일했던 부서는 본점 자금결제실. 은행간 자금거래를 주로 담당하는 부서였다. 잇단 금융사고를 겪은 은행들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지만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거래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은행간 자금거래에 대한 내부통제는 허술했던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셈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자금결제실은 은행간 대규모 자금이 이동한다는 점에서 한번 터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여지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또 지난 해 4월 발생한 우리신용카드 횡령사고와 마찬가지로 합병을 앞둔 상태에서 발생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후 은행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벤처 거품 등을 겪으면서 한탕주의와 모럴해저드가 퍼져 대형 금융사고를 낳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