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두운 단면을 포착한 리얼리즘계열의 두 영화 '실비아'와 '모래와 안개의 집'이 잇따라 개봉된다.


통쾌한 액션이나 환상을 내세우는 대부분의 상업영화들과 달리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다.


수준급 연기와 높은 완성도를 갖춘 두 영화는 모처럼 삶에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실비아'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연인을 그린 영화 '카미유 클로델'처럼 사랑과 예술을 일치시키고자 했던 여성 예술가의 인생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치열하고도 복잡한 여인의 내면을 탁월하게 그려냈던 1950년대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가 모델이다.


실비아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환학생 시절 파티에서 만난 영국 계관시인 테드 휴즈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하지만 창조적 열정을 일깨우면서도 집착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사랑의 모순을 경험한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기네스 펠트로가 실비아 역을 맡아 테드 휴즈와의 열애와 이별을 연기했다.


액션영화 '로드투퍼디션'에서 악역으로 출연했던 다니엘 크레이그가 테드 휴즈 역을 맡았고 크리스틴 제프가 연출했다.


15일 개봉,15세 이상.



◆ '모래와 안개의 집'


삶의 근원적인 고통과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미국에 사는 중동계 이민자 가족이 경매에 부쳐진 주택을 매입하고 이를 되사려는 전 주인과 갈등을 빚는다.


집은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지만 그 희망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다툼의 와중에서 조금씩 일탈하고 그 과정에서 희망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뀐다.


'실비아'에서는 지나치게 예민한 캐릭터가 이야기의 복선으로 작용했지만 여기서는 다양한 촬영술이 혼란스러운 미래를 암시한다.


안개에 휩싸인 집,촛불 속에서 치르는 정사 등에는 불안감이 배어 있다.


'뷰티플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와 '간디'의 벤 킹슬리가 주연했다.


다딤 페렐만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29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