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4년 만에 매출규모가 20여배 증가하고 계열사 11개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재계 서열 30위권에 당당히 진입한 STX그룹.그 최고사령관,강덕수 STX 회장(사진)은 이렇게 말한다. "지구 역사상 살아남은 생물은 강한 놈이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한 놈"이라고.냉철한 사업판단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STX그룹을 단기간에 급성장시킨 주인공다운 얘기다. 어디 말뿐일까. 강 회장은 한 달의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낸다. STX조선의 경남진해 조선소 야드에서,창원의 STX엔진 공장에서,STX팬오션 해외지점 등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현장을 알아야 속도경영을 할 수 있다. 현장흐름을 알고 무엇을 뒷받침해야 할지 파악해야 신속하게 전략을 세우고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게 지론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의 조직 경쟁론은 흥미롭다. "서울에서 싱싱한 멸치회를 맛보려면,가물치 몇마리가 꼭 필요합니다. 멸치란 놈은 성질이 급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죽어버려요. 한데 가물치 한마리만 수조에 풀어 놓으면 바닷가에서 서울까지 옮겨와도 생생하게 살아남지요." 조직에 긴장감을 주입하느라 실제 전 부서장의 자리이동을 단행한 해도 있었다. 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매섭기로 소문났으나 그속엔 오히려 따뜻한 인간미가 감춰져 있다. 직원들 생일 때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일이 e메일을 보내 격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인력감축은 하지 않는다는 경영철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 회장은 또 "노조 탓에 사업 못한다는 변명은 있을 수 없다"면서 노조와의 친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STX에너지와 STX엔진 노조가 무분규·무파업을 선언하며 임금협상의 전권을 회사에 위임한 게 좋은 예. 그러나 강 회장에게도 고민이 많다. 당장의 과제는 하나의 그룹문화를 조성하는 것.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이른바 'ONE-STX'다. 연이은 인수합병에 따른 그룹의 급속한 성장과 경영변화로 인해 내부 인프라나 역량간의 괴리,즉 성장통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ONE-STX는 적합한 그룹 운영모델을 설계해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론이다. 강 회장은 이 프로젝트를 먼저 올 상반기 중 지주회사격인 STX와 STX조선,STX엔진,STX중공업,STX엔파코를 대상으로 적용해 장단점을 파악키로 했다. 이어 올 9월부터는 전그룹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종업원이 잘 살아야 회사가 잘 되고 고객과 주주도 잘 된다"는 강 회장.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