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전쟁-탐색전은 끝났다] (5) 지방은행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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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 부산 등 5개 지방은행이 거둔 성적표는 화려했다.
사상 최대인 4천7백9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부산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3%로 시중은행까지 포함해 수위를 차지하는 등 자산건전성도 개선됐다.
"지역 주민들의 강한 로열티에 기반해 안정적인 영업을 펼친 게 수익성 향상의 배경"(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 불똥이 지방은행들에도 튀고 있다.
"자신들의 장점을 특화시키지 못하는 지방은행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이 갖는 위기의식이다.
◆아직까지는 전초전
메이저 시중은행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 금융상품에 대한 입맛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지역의 소매금융시장을 지방 공략 1차 타깃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일대 신흥 부촌이다.
부산지역 금융계 관계자는 "부산의 떠오르는 주거지인 △해운대 신시가지 △메트로시티 등지에서 메이저 은행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특히 해운대 수영만 지역의 경우 씨티은행 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이 속속 출점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태세여서 부산은행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부산의 소매금융시장을 제외한 대구 전북 등 다른 지역 소매금융이나 중소기업대출 시장은 아직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서지 않고 있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만 해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신규 출점한 점포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박재홍 전북은행 서울분실장은 "시중은행들이 영업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역 내 부동산시장 경기가 위축돼 있어 별 효과가 없고 특판금리는 대부분 거액예금에만 제공돼 지역 수요자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방은행들은 조만간 경기가 회복되면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전력 비축에 나서고 있다.
지방은행 중 지역 고객의 로열티가 가장 강하다고 하는 대구은행의 이화언 행장이 최근 직원조회에서 "은행대전을 앞두고 우리도 과감하게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지방은행들의 그런 긴장감을 대변하고 있다.
◆엇갈리는 생존전략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임하는 지방은행들의 대응방식은 은행별로 엇갈리고 있다.
부산과 대구 경남 광주은행 등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분야를 강화하는 등 과감한 '맞불작전'을 펼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이 행장 취임과 동시에 개인영업기획본부 내에 PB기획팀과 공공PB추진팀을 개설했다.
이미 본점에 마련된 'VIP클럽'을 통해 3억원 이상 고액 예금자를 대상으로 PB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부산은행도 조만간 PB전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정태석 광주은행장은 "우량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PB센터 활성화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북은행은 철저하게 틈새시장 공략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리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5천만∼1억원 이상 예금하는 고액 예금자들에게 보너스금리를 주는 것과는 반대로 1백만∼5백만원 이상 소액 예금자들을 겨냥한 특판상품을 집중 개발할 방침이다.
전북은행이 지난 1일부터 무주 태권도공원 유치 기념으로 판매 중인 '내고장 희망예금'(최고 연 4.0%)의 최저 가입금액이 1백만원 이상으로 정해진 것도 이같은 전략과 맞닿아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