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으로 980대 초반으로 밀려나자 당분간 1,000포인트 재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주말 장중 997까지 상승하며 되살렸던 1,000 재진입의 꿈이 이번주 들어 많이 약화된 모습이다. 3월초 1,000선을 고공비행할 때의 들뜬 분위기와 장밋빛 전망이 조금씩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승추세는 변함없지만 증시여건이 악화되고 있어서 당장 1,000을 돌파하기엔 힘이 부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00 재진입에는 '2%' 부족 연초 거침 없는 상승장을 지속하던 증시가 3월 중순 이후 질적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1분기에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필립스LCD가 예상보다 많은 적자를 내며 어닝 시즌 스타트를 끊은 것에서 보듯 실적 악화가 생각보다 깊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바닥이 너무 깊으면 회복하는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급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외국인이 3월 한 달간 이어진 대규모 매도 공세를 멈췄지만 여전히 매수에 적극 가담하지 않고 있는 데다 1,000 돌파의 선봉장이었던 기관도 외국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적립식 펀드 등 개인들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시장 에너지가 점차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철 연구위원은 "과도하게 선반영된 실적 기대감에서 1%,약화하고 있는 수급에서 1% 등 지금 증시는 1,000포인트 재진입에는 '2%'쯤 부족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경기 논쟁도 확산 이종우 센터장은 "1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바닥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부분 퇴색했다"며 "당분간 950∼1,000의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조정 국면은 단순한 실적이나 수급의 문제를 넘어서 세계경제의 확장 속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박스권 횡보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는 최근 발표된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데서 잘 드러난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국내 수출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종우 센터장은 "일본과 유럽의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돼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훼손되고 있는 점이 이번 조정의 근본적인 배경"이라며 "일시적으로 지수 1,000을 돌파하더라도 안착에는 힘이 부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도 꿈쩍하지 않아 수수께끼로 불렸던 미국의 장기 금리가 지난달 중순부터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제 유동성 위축 우려감이 다시 제기돼 세계 증시가 동반 조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승 추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기간 조정을 거쳐 1,000포인트 재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정호 센터장은 "미국이 5월 초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고 나면 추가 인상 우려는 급속히 진정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시장의 바로미터인 일본 증시가 지지선을 확보하고 탄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런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