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에 설치된 운동시설을 이용하다가 지병이 급격히 악화돼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12일 회사 안에 설치된 탁구장에서 탁구경기를 하다가 갑자기 실신해 숨진 윤모씨의 아내 송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사망과 업무간 관련성이 없다며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공단의 처분은 부당하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씨는 이미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며칠간 계속된 연장근무로 심신이 피로한 상태에서 탁구경기를 하는 바람에 병이 돌연 악화돼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가 휴식시간에 한 운동경기는 본래 업무는 아니지만 회사측에서 근무지에 설치해 준 시설을 이용한 것인 만큼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내에 있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통상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갑상선 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윤씨는 며칠간 연장근무가 계속되던 2002년 2월 야간작업을 앞둔 휴식시간에 회사 공장에 설치된 탁구장에서 동료들과 탁구경기를 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