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중국이 50여년에 걸친 반목의 역사를 뒤로하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또 자유무역지대(FTA)의 타당성 연구를 위한 전문가 그룹을 설치하는 한편 오는 2008년까지 양자교역을 2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11일 뉴델리에서 회담을 열어 국경분쟁을 종결하고 경제와 통상 부문의 협력을 확대키로 하는 일련의 협정에 서명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합의했다. 양국 총리는 확대회담을 마친 뒤 공동성명을 통해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양국 차원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 전략적 측면이 있는 만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성명은 "이 협력관계가 외교와 경제적 유대를 증진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아울러 "양국은 해묵은 국경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골격안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경선을 긋는 11개항의 광범위한 지침을 도출하는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수십 년 간에 걸친 반목과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나가게 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샴 사란 인도 외무차관은 "이번 총리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의 관계가 크게 개선됐으며 우리는 이제 상대방을 적이 아닌 동반자로 여긴다"면서 "그러나 이 협력관계는 군사 동맹이나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도와 중국은 이번 총리회담에서 1천30㎞에 걸친 국경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자제하고 현지에 주둔하는 군 간부들의 회동 기회를 확대키로 하는 등 군사 부문에서의 다양한 신뢰구축 조치도 마련했다. 또 자유무역지대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가 그룹을 설치하고 양국간 교역액을 지난해의 136억달러에서 2008년까지 200억달러로 늘리는 한편 민간항공과 금융, 교육, 과학기술, 관광, 문화 등의 협력도 강화키로 합의했다. 양국 총리는 이날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번 방문은 아주 중요하고 우리는 협력의 친선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원 총리)", "두 나라가 함께 세계질서를 재편할 것(싱 총리)"이라고 말하면서 회담 전망을 밝게 했다. 인도 국방연구분석소의 주지트 두타 연구원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이들 2개국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양자관계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와 나아가 세계적인 힘의 균형에도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