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들로부터는 '투자의 귀재'로,동료 기업인들로부터는 '사부'로 존경받는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11일 뉴욕에서 검찰과 법무부,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았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벅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재보험사)인 '제너럴 리'가 보험회사인 AIG의 부당거래 혐의에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또 호주에서도 제너럴 리가 관련돼있는 현지 보험회사의 회계부정 문제로 대대적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평소 기업의 투명한 회계처리를 강조해왔던 만큼 잇따른 조사로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너럴 리는 AIG에 미래 채무에 대비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15억달러에 이르는 50개 보험상품 거래의 회계를 '부적절하게' 작성해 실적 부풀리기에 일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SEC측은 버핏 회장 외에 AIG의 고위 임원들에 대해서도 소환장을 발부해 놓은 상태다. 비리 의혹 조사를 받아 온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은 지난달 이미 회사를 떠났다. 제너럴 리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로널드 퍼구손은 "AIG와의 거래를 사전에 버핏에게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버핏은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변호사를 통해 맞서고 있다. 그러나 버핏은 이번 수사에서 피의자 등 핵심 인물이 아닌 '증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뉴욕 검찰총장 엘리어트 스피처는 조사를 하루 앞둔 10일 ABC TV 아침 프로그램 '이번주'에 출연,"버핏은 증인일 뿐"이라고 밝혔다. 스피처 총장은 "AIG의 부당거래는 시장을 속일 목적으로 단행된 사기"라며 "그 거래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버핏 회장을 참고인으로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호주 정부도 제너럴 리의 현지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호주 감독당국인 APRA가 이미 제너럴 리의 호주 현지 법인에 대한 1차 조사를 벌여 호주 보험회사의 회계부정과 연루된 6명의 임원을 해임한데 이어 곧 조사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재보험 계약과 관련된 회계처리 문제다. 버핏은 기업 경영이나 일반 사회활동에서 정직과 믿음,개방을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해왔다. 직원들에게 "명성을 쌓는 데는 60년이 걸리지만,그것을 잃는 데는 60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순수성을 잃지 말 것을 강조해왔다. 벅셔 해서웨이는 직원 13만명에 지난해 매출 7백43억달러,수익 73억달러를 기록했다. 버핏은 주식투자로 고수익을 올리는 '투자의 귀재'로 평가받는다. 그가 투자회사를 차렸던 지난 1956년 그에게 1만달러를 투자했다면,지금은 그 가치가 3만5천배인 3억5천만달러로 불어나 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실제로 그는 코카콜라,질레트,워싱턴 포스트 등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매년 4월에 열리는 벅셔 해서웨이 주총 때는 버핏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주주들이 몰려 들고 동료 기업인들도 경영지침을 듣기 위해 값비싼 점심 값 부담도 마다않는다. 그래서 그는 벅셔 해서웨이 본사가 있는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이름을 따 '오마하의 현인'으로도 불린다. 버핏이 잇따른 '악재'를 딛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국내외가 주목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김선태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