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한미파슨스 사장 중앙대 건설대학원 강연 ]


"국내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설계나 시공능력,기술력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에 훨씬 뒤떨어집니다.1950년대 미국 수준에도 못미치는 만큼 50-60년 뒤지는 셈입니다.다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업체 부도가 속출할 수 있습니다"


한미파슨스 김종훈 사장은 최근 중앙대 건설대학원 건설최고경영자과정에서 '건설산업의 경쟁력과 선진국의 혁신사례'라는 특강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건설 경쟁력,미국에 50~60년 뒤져=미국의 1백2층짜리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은 터파기부터 마감공사까지 공사기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이 건물은 1930년 3월16일 착공돼 1931년 5월1일 완공됐다.


즉 13.5개월만에 공사를 끝낸 것.이것도 하루 8시간,주5일 근무를 하면서 했다.


공사 피크때 22일간 22개층의 철골 골조를 올렸을 정도다.


당시엔 타워크레인도 없었다.


현재 한국 건축물의 공사기간은 철근콘크리트빌딩 기준으로 미국의 3배,일본의 2배 정도다.


미국은 이틀에 골조를 올리고 전체 마감공사까지 합쳐 한층에 열흘 남짓 걸린다.


우리는 "한달+a"정도 걸린다.


즉 30층 건물이라면 미국은 1년에 준공하지만 우리는 3년 이상 걸린다.


공사기간은 막대한 지가와 투자 및 인건비를 감안할 때 단 하루만 줄여도 엄청난 기회이익이 돌아오므로 선진국 기업들은 공기단축을 위해 신공법 개발에 힘을 쏟지만 우리는 공기 단축이 중요하지 않다보니 공기단축이 마치 부실공사의 원인인 것처럼 오도되기도 했다.


건설비의 경쟁력도 그 수준이다.


지난 97년 영국의 건설사업관리회사인 터너앤타운샌드에 따르면 영국의 단위 면적당 건축비가 1백인데 비해 미국은 88,한국은 1백38이 든다.


이러다보니 한국은 연간 1백조원(계약액 기준)이 넘어가는 세계 10위권의 건설시장을 갖고 있지만 질적 경쟁력은 세계 40~50위권도 안된다.


<>고비용 저효율이 문제=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동떨어진 각종 규제가 고착되면서 업계는 업계대로 현실에 안주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건설 산업은 정부 규제에 매우 민감하며 종속적이다.


그런데 우리 건설관련 법과 제도는 수많은 정부부처와 이익단체가 개입해 규제 중심의 구조를 고착시켰다.


건설교통부뿐 아니라 재정경제부,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이 만든 3백개가 넘는 관련 법은 특정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법률일뿐 건설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법이라 할 수 없다.


거기다 수많은 조항은 유명무실하거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법에는 재하도급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재하도급을 하지 않는 현장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이러다보니 건설시장은 제도적으로도 폐쇄되고 업체들은 그에 안주하면서 선진기술과 노하우를 들여오는데 인색해졌다.


해외건설은 많이 했지만 그 경험이 국내에 접목되진 못했다.


설계 엔지니어링 등 건설 관련 소프트웨어는 시공분야의 경쟁력보다도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설계 기술의 해외 수출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다.


발주자는 어떻게 해서든 설계비를 적게 주려하며 설계사는 저가 수주를 마다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설계비가 전체 공사비의 8%에 달하지만 한국은 공사비의 2~4%에 그친다.


건설도 마찬가지다.


설계가 제대로 안되면 공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설계가 건설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패러다임을 바꿔야=건설산업 혁신은 선진국 업체보다 잠 덜 자고 조금 더 열심히 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발상을 바꾸고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우선 면허,보증,예산,발주,입찰계약,감리제도 등 모든 제도를 국제표준에 맞춰야한다.


"규제완화가 곧 경쟁촉진"이라는 윈칙을 통해 법과 제도를 국제기준으로 전환해야한다.


또 설계,시공,자재 등 건설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해 국제화해야 한다.


기업은 물량 중심에서 부가가치 중심으로 경영방침을 바꿔야한다.


물량확보나 단기적 이익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경영의 패러다임을 부가가치 창출이나 질 경영으로 바꿔야 한다.


즉 '시공'에서 '경영'으로 바꿔야한다.


외국의 경우 계획,설계,발주 등 시공 전(前) 활동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시공은 빨리 끝낸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반대이며 시공 전 활동과 시공 후 활동의 구분도 명확치 않다.


건설 경쟁력을 높이려면 시공 전 활동에 초점을 둬야한다.


이렇게 하면 지금보다 원가의 30%,공기를 반으로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건설산업의 낮은 경쟁력은 다른 산업의 경쟁력까지 저하시킨다.


즉 도로,철도,주택,공장 건설시 투자비가 늘어남에 따라 비효율을 증가시켜 국민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