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12개 마을 700여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한 가운데 동해안 산불의 대형화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해안 지역은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높새)현상으로 눈.비가 내려도 대지가 금방 건조해지는데다 백두대간에서 해안까지 가파른 지형 조건으로 물기를 오래 저장하지 못해 산불에 취약한 편이다. 또 낮엔 해안에서 바닷가로, 밤이면 육지에서 바닷가로 부는 바람과 계곡에서의 잦은 돌풍으로 헬기와 진화대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5일 오전 5시 현재 순간 최대 풍속은 미시령 37m/s,양양.대관령 26m/s, 속초 21m/s, 진부령 19.5m/s, 강릉 16.2m/s 등을 기록했다. 특히 산불이 발생한 양양지역 등 동해안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신호등이 흔들리고 사람도 제대로 서있기 힘들 정도인 초속 26m의 강한 바람으로 진화에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강풍을 가리키는 초속 15m이상의 양강지풍(襄江之風)은 풍향도 수시로 바뀌어 산불진화 작업을 더욱 더디게 하는 등 산불 대형화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기간 중에는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27m에 이르렀으며 99년 2월28일 속초지역에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초속 22.4m, 강릉 22.1m,대관령 18m의 강풍이 몰아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송진 등으로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한 소나무 산림이 많은 것도 동해안 산불 대형화의 원인이다. 이같은 지형과 기상 등 여러 악조건 때문에 동해안지역은 봄철에 조그만 불씨만있어도 거센 바람을 타고 순식간 대형산불로 번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86년 4월 강릉 성산과 옥계면에서 발생한 불로 261ha의 임야가 불탄데 이어 특히 최근 9년새 동해안 지역에서는 이번까지 포함해 네차례나 대형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났다. 96년에는 고성 산불로 3천700ha, 98년에는 강릉 사천 산불로 301ha가, 2000년 4월에는 사상 최대의 대형산불로 고성, 강릉, 동해, 삼척, 경북 울진 등 2만3천448ha의 산림이 숯더미가 됐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남고북저형의 기압 패턴으로 동해안 지역은 봄철에강풍이 자주 발생해 산불 대형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