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과 내수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수입액이 급증,3월 중 무역수지(수출-수입) 흑자 폭이 20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월엔 설 연휴로 통관일수까지 줄어 무역(상품)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가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국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라며 "내수경기가 살아날수록 무역수지 흑자 폭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입액 30일 산업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5% 증가한 2백2억8천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은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무역수지 흑자 폭이 2억달러 미만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말로 갈수록 수출이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도 이달 무역수지 흑자는 10억달러 안팎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설 연휴가 낀 2월을 제외하곤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20%가량씩 꾸준히 늘었던 점에 비춰 이달 수입액은 2백30억달러선에 달하는 반면 수출은 2백40억달러 안팎(재정경제부 추정)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무역수지 흑자 폭은 지난 2003년 7월(5억3천만달러) 이후 가장 작은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2월 국제수지동향'에서도 지난달 상품수지(무역수지 수입액에서 국제 보험료와 운임 등을 차감한 것) 흑자는 1월보다 27억8천만달러 감소한 17억1천만달러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1월(38억7천만달러)의 4분의 1 수준인 10억1천만달러에 불과,작년 3월(9억1천만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무역흑자 감소는 내수회복 신호탄? 이처럼 수입액이 늘어난 요인으로는 우선 환율 하락이 꼽힌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올라 같은 돈(원화)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난 것.작년 말 1천50원대를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에는 평균 1천7원대로 40원 이상 가라앉았다. 내수경기 회복 움직임도 수입 증가 요인이다. 소비·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소비재와 기계류 수입이 예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내수 항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특히 설비투자 증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환율 하락 추세는 점진적으로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