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휴렛팩커드(HP)의 주가는 10%나 급등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생산업체인 NCR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허드(48)가 새 사령탑을 맡게 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반면 허드가 떠난 NCR의 주가는 무려 17.2%나 폭락했다. 한 사람의 유능한 CEO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때 '여제'로 불리던 칼리 피오리나의 후임을 맡게 된 허드는 그동안 HP의 새 CEO 자리를 놓고 경쟁한 인물들에 비하면 무명에 가까운 편이다. 허드가 25년간 몸담아온 NCR는 세계 최대 ATM 생산업체이긴 하지만 매출 규모는 HP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HP의 프린터,이미지 사업부문 매출만도 NCR의 4배에 달한다. 허드가 HP 안팎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발탁된 이유는 NCR를 이끌면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3년 NCR의 CEO가 된 후 판매망 재구축과 비용절감 등을 통해 이익을 높이고 9분기 연속 내림세를 타던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4분기엔 NCR의 순익을 50%나 불려놓았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NCR의 주가는 2003년 63%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78% 상승했다. 피오리나가 '여왕벌'이었다면 그는 '일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HP는 경영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슈퍼스타가 아닌 견실한 일꾼을 택한 셈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케이트 바흐만 애널리스트는 "허드의 영업능력은 HP가 지속적인 사업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새 CEO가 가야 할 길은 멀다. HP는 경쟁사인 델에 PC부문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해 이익의 73%를 차지했던 프린터 사업부문도 최근 수익이 줄고 있다. 프린터 판매량도 13% 감소했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로부터는 '알짜배기'인 프린터 부문을 분사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허드가 실적부진의 덫에 걸린 HP를 성공적으로 구출,새로운 스타 CEO로 부상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