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현장점검] (1) 꿈틀대는 내수소비 .. 디지털제품이 지갑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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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매장에 들어온 고객들은 LCD와 PDP TV부터 찾아요. 디지털 TV는 이제 완전히 대중성을 갖추게 됐어요."
28일 하이마트 서울 압구정점 3층 영상가전 매장.
평일 오후인 데도 대형 디지털TV 앞에서 매장 직원을 붙잡고 TV의 가격과 성능을 묻는 소비자들이 줄을 이었다.
메이커들이 경기회복 분위기를 타고 잇따라 디지털 제품 값을 내리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던 매출이 이달들어 20% 신장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과 LG가 지난달 내놓은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TV도 혼수품을 마련하려는 고객들이 앞다퉈 구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서울 용산 전자랜드의 가전 매장들도 모처럼 찾아온 특수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TV 매장은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등의 매장도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찾아온 듯한 젊은 남녀들로 북적댔다.
◆가전은 경기회복의 '불쏘시개'
가전제품 판매신장의 선봉장은 단연 에어컨.전자랜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배나 매출이 늘어났다.
올 여름이 아무리 더울 것이라고 하더라도 비교적 고가품인 에어컨이 이처럼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두툼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CD와 PDP TV 역시 가격하락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32인치 LCD TV 판매가격을 지난해 초 5백만원대에서 올 들어 2백7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췄다.
40인치 LCD TV도 1년 전 9백90만원대에서 5백50만원으로 떨어뜨렸다.
LG전자는 또 42인치 PDP TV를 3백90만원에 내놓아 가격인하를 통한 수요창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또 이레전자 등 중소업체들이 삼성과 LG에 비해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디지털TV 수요를 자극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도 가전 활황을 이끌고 있는 견인차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드럼세탁기를 새로 내놓으면서 주문이 몰리자 주말 2교대 시스템을 가동하며 생산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에어컨 분야에서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세탁기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과거 대우시절의 전성기를 연상케 한다"고 즐거워했다.
◆백화점도 살아난다
백화점은 남녀 고가 의류가 매출신장을 이끌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80만∼1백만원대 프리미엄급 신사정장이 잘 나가는 편이다.
지난 1월부터 3월27일까지 누계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본점 '마에스트로' 신사매장의 권용진 매니저는 "올 들어 1,2월 날씨가 예년보다 추웠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덕분에 매출이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40∼5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정장 매장도 같은 기간 매출이 17%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수도권 12개 점포를 기준으로 지난 1∼27일까지 매출을 집계한 결과 고가 의류매장으로 꼽히는 디자이너 캐릭터 매장의 매출이 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손정완 설윤형 등 인기 디자이너들이 손수 만든 옷을 파는 이 매장들에서 재킷은 80만∼90만원,정장류는 1백20만원을 호가한다.
'골든 듀' 등 고가 액세서리 매장은 같은 기간 15%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1∼2월 마이너스 매출신장률에서 이달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장경영·오상헌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