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회사 걱정에 그늘진 모습으로,때로는 공사 수주 소식으로 밝게 웃으시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훌쩍 지나 버렸네요. 사장님 오시고 우리 회사가 더 많이 부자가 된 것 같아요. 사랑해요, 사장님."


28일 취임 2년을 맞는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65)에게 사내 여직원 모임 '현지회'가 보내온 축하엽서 내용이다.


이 사장의 집무실 벽에는 현대여자배구단 등 사내 각종 모임에서 보내온 축하의 글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2년 전 상처 투성이인 현대건설호의 새 선장을 맡을 당시만 해도 이 사장은 회사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패배감과 직원들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며 "이들에게 자신감과 의욕을 심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고 한다.


취임 직후 이 사장이 꺼낸 카드는 '수주 극대화'라는 의외의 강공책이었다.


초반에는 시큰둥해 하던 직원들도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 사장의 불도저식 리더십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취임 두 달 뒤인 2003년 6월 3일간에 걸쳐 청계천 복원공사,신고리 원자력 1·2호기,광양항 컨테이너터미널 공사 등 1조1천억원 규모의 대형 공사를 연속적으로 따내면서 회사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사내에 잔치떡을 돌리며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이제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가슴 속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취임 첫해 현대건설을 흑자 회사로 돌려놓은 뒤 작년에는 국내 건설회사 중 유일하게 7조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명실상부한 건설 명가의 위상을 되찾았다.


이 사장은 "실적보다도 '현대정신'을 회복한 게 무엇보다 소중한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2년여를 정신 없이 달려왔지만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라는 게 이 시장의 현재 심정이다.


현대건설이 풀어야 할 난제가 아직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신생 정부를 상대로 미수금 회수 협상을 벌여야 하고 중동시장에서 선진국 업체들과 본격적인 수주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은 이제 제2의 도약이라는 실험대에 올랐다"며 "현대건설 식구들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그동안 국민들이 보여준 애정과 정부 및 관계 기관의 지원에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자신은 물론 임직원 모두가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