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22개국 지도자들은 23일 대(對)이스라엘 조건부 평화협상과 아랍권의 개혁방안을 담은 결의를 채택한뒤 이틀간의연례 정상회의를 마쳤다. 아랍 지도자들은 폐막성명에서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국경으로 철수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의 평화안을 재천명했다. 2002년 베이루트 아랍 정상회의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발의로 채택된 합의는이스라엘이 아랍 점령지에서 완전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과 팔레스타인난민 귀환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제의하고 있다. 폐막성명은 아랍-이스라엘 분쟁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평화가 "전략적 선택"임을강조하고 "이같은 맥락에서 2002년 베이루트 아랍 정상회의에서 승인된 아랍 평화안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아랍 평화안에 입각해 아랍국가들은 아랍-이스라엘 분쟁이 종식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며 포괄적 평화 구도 안에서 이스라엘과 정상적인 관계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아랍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평화안을 국제사회에 홍보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실무 위원회를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또 미국이 지난해 시리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동하기 위해 제정한 `시리아 책임법'과 관련, "형제국인 시리아의 반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낭독한 폐막성명은 "이는 국제법 위반이며 대화의 논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시리아에 대해 레바논 완전 철군을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 1559호를언급하지 않은채 시리아와 레바논에 지지를 표명하고 외부세계의 개입에 반대입장을확인했다. 성명은 이어 "이라크의 통합과 주권, 독립, 이라크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존중한다"고 강조하고, 지난 1월 치러진 역사적 총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폐막성명은 수단 다르푸르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 긴급 인도적 지원을촉구했으나 구체적 행동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아랍 지도자들은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 초점이 되고 있는 개혁문제와 관련,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개혁과 발전,근대화를 다짐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이밖에도 비선출직 협의기구인 아랍의회를 창설하고 아랍연맹의 정책결정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헌장을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폐막식 연설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안보리 결의 1559호에 따라 5월 총선 이전에 레바논에서 완전 철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필요하다면" 유엔이 시리아군의 철수과정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덧붙였다. 한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실 관계자는 아랍연맹의 조건부 평화 대화 제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제17회 아랍연맹 정상회의는 22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 정상만 참가하는 맥빠진 분위기에서 열렸다. 또한 시리아의 레바논 철군과 민주개혁 논의 등 가장 까다로운 현안들을 비켜감으로써 역내에 고조되고 있는 개혁 기대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