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보는 외국인의 입장이 바뀐 것인가. 외국인이 보름 동안 1조5천억원어치 이상 순매도,주가가 예상보다 큰폭의 조정을 받자 증시의 관심이 다시 외국인 행보에 집중되고있다. 특히 외국인이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을 단행한 다음날인 23일 현물은 물론 선물도 대규모 동시 매도하자 일각에선 '셀 코리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 글로벌 유동성이 다소 훼손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외국인의 본격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데 시각을 같이하고 있다. ◆FOMC 후폭풍,외국인 매도 부추겨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FOMC가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향후 필요할 경우 공격적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 초 세계 증시의 동반 강세를 이끌었던 글로벌 유동성이 일정 정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에서 외국인 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미국 내 저금리를 활용,자금을 차입해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1∼2월 아시아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3월 들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순매도로 전환했다. 박천웅 모건스탠리증권 상무는 "미국이 지난해 6월 이후 연 1.75%포인트대의 금리를 7차례 인상,직전 금리인상 때인 1999년 6월∼2000년 6월보다 인상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글로벌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꺾인 만큼 외국인 매도가 좀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셀 코리아보다 미세조정 관측 강해 증시 일각에선 외국인이 사실상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 시장에서 기조적인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이번 FOMC의 발표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돼 '셀 코리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POSCO 현대차 등 블루칩을 대거 매도,차익실현에 나서 이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김세중 동원증권 투자전략가는 "작년 4월 말 '차이나쇼크' 이후 외국인이 하루 최대 7천억원 정도씩 대량 순매도한 것에 비하면 지금은 미세조정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8.2배로,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치(12∼13배)보다 훨씬 낮아 외국인의 매수 욕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이번 미국 금리인상 조치를 계기로 달러 캐리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더라도 여전히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장기 투자하는 자금은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며 "외국인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련 해외펀드에 자금유입이 이어지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