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텍 인수戰, 오라클이 이겼다 ‥ 라이벌 SAP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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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 오라클과 독일 SAP간 자존심 경쟁에서 오라클이 승리했다. 오라클은 23일 SAP를 제치고 소프트웨어 업체 '레텍'을 6억7천만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이 1백억달러 수준인 오라클과 SAP는 매출 1억7천만달러에 불과한 레텍을 놓고 최근 사활을 건 인수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2월 말 SAP가 레텍을 주당 8.5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히자 오라클은 이달 초 주당 9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냈다. SAP는 지난주 '마지막 제안'이라며 인수 가격을 주당 11달러(총 인수가 6억4천만달러)로 높였다. 결국 오라클은 지난주 후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한국계 해리 유의 사임 등 복잡한 내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인수가격을 11.25달러로 올렸으며,레텍 이사회는 오라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매출이 별로 많지 않고 이익률도 4.7%에 불과한 레텍이 거대 기업의 인수 타깃이 된 것은 이 회사의 고객 때문이다. 레텍은 갭과 베스트바이,에이버크롬비&피치,노드스트롬,시어스,크로거,테스코 등 2백여 유통업체에 정보시스템을 팔아왔다. 그동안 유통업체들은 정보기술(IT) 투자를 별로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투자금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세대 바코드인 전자태그(RFID)가 상용화되면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MR리서치의 알렉스 사네비츠 수석연구원은 "유통업체의 정보시스템 시장이 향후 2백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라클의 CEO인 래리 엘리슨은 "오라클과 레텍의 결합을 토대로 유통업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SAP의 해닝 카거만 CEO는 "인수 경쟁이 벌어지면서 우리의 기대 수익보다 인수 가격이 더 높게 형성돼 주주이익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SAP는 오랫동안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작년 말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1백3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린 후 SAP와 오라클간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한편 오라클은 피플소프트 인수로 올 1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18% 증가했으나 인수자금 부담으로 인해 순이익은 15%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