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중섭(李仲燮.1916-1956)의 둘째아들 태성(泰成.일본명 야스나리.56) 씨가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 화백의 50주기를 기념하는 사업계획을 밝혔다. 태성 씨는 22일 낮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망우리 공동묘지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이전하는 문제와 이중섭 일대기를 담게 될 영화제작 계획을 밝혔다. 평안남도 평원 출생인 이중섭은 일본 유학시절 만난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남덕.83) 씨를 만나 결혼했고,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1952년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의 처가로 보냈다. 이 화백은 그후 "어제 저녁엔 하도 달이 밝기에 아홉시경에 몸을 씻고 바위산마루에 혼자 올라가 밝은 달을 향해 당신과 아이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훌륭한 표현을 다짐했소"라고 쓴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이 화백은 가족과 생이별한 아픔속에서 '해변의 가족', '길 떠나는 가족' 등의작품을 통해 가족과의 단란한 한때를 묘사했으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1956년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태성 씨는 이날 회견에서 부친의 묘소를 많은 사람들이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 화백은 사망한 뒤 화장한 유해의 일부가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히고 유해의일부는 마사코 여사에게 전달됐다. 유족은 이 유해의 일부를 도쿄의 묘지에 안치하고 매년 참배하고 있다고 태성씨는 전했다. 망우리의 묘소는 묘지사용시한이 다되어 이장을 해야 할 상황으로 서울옥션 측은 이 화백이 작품생활을 했던 제주도의 서귀포로 이장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이 화백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는 한국의 튜브픽쳐스와 일본의 마크 엔터프라이즈가 공동 제작할 계획으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다. 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될 이 영화에는 한류열풍을 타고 있는 배우들이 기용될것이라고 마크엔터테인먼트 측은 밝혔다. 작년 5월 일본 도쿄TV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중섭과 그의 그림을 접한마크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렇게 훌륭한 화가가 있는지, 일본에 유족이 있다는 것을알고 놀랐다"면서 영화화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태성 씨는 "너무 어렸을 적에 헤어져 많은 기억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아버지가53년 선원자격증으로 일본에 건너와 열흘 간 함께 보내면서 나를 꽉 안아 주었던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서 "아버지의 진실한 일대기와 어머니 마사코와의 사랑을담아낼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화백의 유족이 이처럼 이 화백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제작에 동의한 것은 고은 씨의 평전이나 연극작품 등을 통해 이 화백의 모습이 마약중독자,정신병자 등으로 너무 왜곡됐다는 불쾌감 때문. 태성 씨는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출간된 평전과 연극을 보고 어머님이 큰 충격을 받았다. 어머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바로잡고 싶다"면서 이 때문에 영화의 시나리오도 마사코 여사가 직접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성 씨는 유족들이 일본에 소장하고 있는 이 화백의 그림이 얼마나 되느냐는질문에 "몇 점이라고 확실히 밝힐 순 없지만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면서 "아버지가 53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많은 그림을 가지고 왔으며 우편으로도 많은 그림을보내주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옥션을 통해 팔린 이 화백 작품들을 둘러싸고 일부에서 제기된 위작이라는 주장과 관련, " 유족이 갖고 있던 작품에 대해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유족으로서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화백 아들로는 태성 씨 외에 인테리어사업을 하는 장남 태현(58) 씨가 있다. 태성 씨는 또 "마사코가 기억력은 매우 좋지만 고령으로 인한 류머티즘 때문에여행이 불편하다"고 근황을 전한 뒤 "어머니의 지원하에 이중섭의 피를 이어받은 내가 나서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묘지 이전과 영화 제작 외에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를 세워 아트매니지먼트 교육 등에 힘쓸 계획이다. 유족들은 이 화백 타계 50주기를 맞아 내년에 추진할 전시회 등 다양한 기념사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이 화백의 작품 8점을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