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금고와 법원 공탁금 등 공공기관의 금고 운영권을 놓고 시중은행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우리은행과의 서울시금고 운영계약이 올해 말로 끝남에 따라 다음달 초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금고 운영권에 대한 공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운용자금 규모는 서울시만 13조원이며 서울시 산하 구청들까지 합치면 18조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지난 1915년부터 매년 서울시 자금을 도맡아 관리해온 우리은행은 지난 겨울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 운영을 협찬한 데 이어 42억원가량이 들어가는 청계천의 삼일교를 건설,서울시에 기증키로 하는 등 재계약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에 맞서 서울시금고 쟁탈전에 뛰어든 신한은행은 청계천이 시작되는 부분에 건설되는 모전교의 아치 보완 공사비를 포함,총 공사비 20억원을 서울시에 지원하기로 했다. 조흥은행도 본점과 삼일빌딩 사이 청계천 벽면에 높이 2.4m,길이 1백92m 규모의 '정조반차도'를 설치한 뒤 서울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3조원에 달하는 법원 공탁금의 80%를 보관하고 있는 조흥은행의 아성도 다른 은행들의 도전에 직면했다. 법원 행정처는 내달 공탁물관리위원회를 열고 은행들의 적격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데 이어 7월께 기존 공탁금 보관 은행들의 적격심사와 신규 보관 은행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농협 등이 공략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지방은행들도 지역 발전 논리를 앞세워 조흥은행의 텃밭을 잠식할 태세다. 이밖에 올해 말로 예치은행 약정기간이 끝나는 충남도(제일은행)와 경남도(농협·경남은행) 등 도금고의 은행간 유치 경쟁도 뜨겁다. 특히 충남도금고의 경우 제일은행의 수성 전략에 농협과 하나 등 다른 은행들이 강력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거액의 공공 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경우 해당 은행은 자산 운용에서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며 "공공기관의 금고가 은행 대전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