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시대 유망株] 환율하락도 투자기회 ‥ 역발상 하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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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지금 바통터치 중이다.
종합주가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서로 자리를 바꾸려는 분위기다.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종합주가지수는 네자릿수 안착을 시동중인 반면,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원 이하로 내려오기 직전이다.
급격한 환율 하락은 증시에 부담을 준다.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에 좋은 영향보다는 나쁜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주가 변동성이 커질 공산도 높아진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과 관련,환차익을 노리고 신규 투자자금을 들여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함께 기존 투자자금은 이미 환차익을 얻고 있는 만큼 보유 주식을 팔아 매매차익을 올리고 달러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최근 외국인이 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측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에 2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으로서는 주가가 올 들어 크게 오른 만큼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매패턴은 주가의 조정폭과 조정시기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환율 하락기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발상을 바꾸는 '역발상'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수출비중이 높아 환율 하락은 악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D램만 해도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가격 인상을 통해 환율 하락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세계 조선시장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도 마찬가지다.
조선 업종은 업종 특성상 대부분 달러 결제를 하고 있다.
따라서 환율 하락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CJ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백원 떨어지면 주당순이익(EPS)이 26.6% 하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요즘 이들의 주가는 오히려 급등세다.
이는 강력한 시장지배력으로 세계시장 발주 물량을 휩쓸어 사실상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는 종목도 환율 하락의 파도에서 어느 정도 비켜서 있다.
대표적 수출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완공하고 중국 베이징현대 공장도 증설한다.
환율 하락을 현지 생산으로 극복하는 케이스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위원은 "아시아국가의 통화가치가 높아지고 있어 이 지역 기업에 모두 부담이지만 가격결정권을 가진 기업이나 시장지배력이 확고한 업체는 오히려 경쟁업체를 물리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율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수혜주로 눈을 돌리는 전략도 유력하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은 불리해지지만,수입업체는 반대로 유리해진다.
싼 값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가공 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음식료 업체는 곡물 등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또 대부분 수출비중이 낮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수익 호전으로 이어진다.
실제 최근 음식료 업종의 주가 급등은 기업가치 재평가와 함께 환율 하락이 오히려 호재를 이룬 측면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철강업체도 수혜주로 꼽힌다.
해외에서 철광석 등을 수입해 가공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결국 원가 부담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 밖에 달러 지출이 많은 항공업체나 달러표시 부채 규모가 큰 전력업체와 정유업체 등도 실적 개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환율 하락은 경제 전반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경제와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환율 하락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측면도 있다.
한요섭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보면 환율 수준 자체는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의 초점은 기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90년대 환율 하락과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명암이 확실히 갈렸다.
소니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가총액이 고점 대비 75% 줄었지만,도요타는 생산과 디자인의 현지화와 비용 절감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도요타형 종목'을 찾는 게 환율 하락기의 최대 과제라는 얘기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