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1] 올연말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제의 운영 세부안이 확정됐습니다. 근로자의 연금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제한하는 등 각종 안전장치를 해놓았습니다. 이성경 기자 나와있습니다. 퇴직연금제 세부내용 설명해 주십시오. [기자] 퇴직연금은 앞으로 받을 연금의 규모가 확정돼 있는 확정급여(DB형)과 근로자가 연금운용에 관여하고 운용실적에따라 연금의 규모가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형), 이렇게 두가지로 나눠 집니다. 이번에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퇴직연금법 시행령의 골자는 두번째 경우 즉 확정기여형의 운용대상과 상품선정을 제한한데 있습니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확정기여형 운용상품의 주식편입 비율을 40% 이내로 제한하고 주식에 직접투자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금융상품을 통해 간접투자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경우 적립금 운용자는 근로자에게 3가지 이상의 금융상품을 제시하되 반드시 원금 보장형 상품을 하나 이상 포함시키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주식투자에 따른 손실위험을 감안한 조치입니다. 또 적립금 관리는 근로자 명의로 직접 적립, 관리되는 은행 신탁계약과 보험계약으로 제한되며 운용 또한 재무건전성 등 일정요건을 갖춘 금융기관에만 허용토록 했습니다. [앵커2] 확정급여형의 경우, 사업주의 부담을 다소 완화했다고 하는데... [기자] 확정급여형(DB형)은 근로자가 받을 최종 연금규모를 정해놓고 사업자가 자금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차이가 없습니다. 기존 제도와 새로 시행되는 퇴직연금제의 차이점은 연금 적립금을 어디에 유보하느냐에서 발생합니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사내에 자금을 유보했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토록 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이 장부상으로만 퇴직금을 적립해 기업이 도산할 경우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받기 어려웠던 허점을 보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외부기관 적립비율을 60% 이상으로 완화해 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기금운용 수익률에 따른 연금손실 부담은 사업주가 전부 부담해야 합니다. 또한 사업주가 근로자의 연금을 경영권 방어 등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자사주나 계열사 주식은 사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앵커3] 이번 시행령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위험자산, 즉 주식투자 비중을 40%로 제한한데 대해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증권.자산운용업계는 투자자산 제한은 퇴직연금제의 도입취지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금 수급자가 자유롭게 연금을 운용하고 이에따른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 퇴직연금제의 골자라는 것입니다. 또 주식비중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금융상품 또한 사실상 지정해놓을 경우 자금운용을 잘하는 금융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가 선별되지 않아 자산운용 기법의 발전을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연금이 발달돼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최근에 기업연금을 도입한 일본, 홍콩 등도 투자자산에 제한을 두는 규정이 없습니다. 반면 노동계와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이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실제 정부 초기안에는 주식비중을 30%로 제한하려 했으나 업계의 반발로 그나마 40%로 확대된 것입니다. [앵커4] 실제로 연금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금융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살펴본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익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습니다. 당장 올연말부터 퇴직연금제가 시행되지만 아직 기존의 법정퇴직금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현행법상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기존 퇴직금제를 유지할수도 있고 노사 합의로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0% 이상이 기존의 법정 퇴직금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설령 퇴직연금제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연금규모가 가변적인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는 근로자는 한정될 수밖에 없고 더욱이 근로자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극도로 회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80년대 시행초기에는 채권 등 안전자산에대한 투자가 월등히 높았다가 시행 10년이 지난후에야 주식 수익률을 확인하고 주식비중을 차츰 늘려갔습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가계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할 만큼 위험회피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 은행, 보험 등 수탁회사들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퇴직금 규모가 확정되는 확정급여형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주식비중을 40%로 묶어둔다 하더라도 실제 자금유입의 규모와 속도를 제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5] 퇴직연금 시장규모와 금융권의 준비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퇴직연금 시장은 3년내에 최고 70조원, 10년후에는 180조원 이상으로 현재 자산운용 전체 수탁고와 맞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금융권은 이같은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일단 시행초기 퇴직연금 시장은 자금수탁을 담당하는 보험과 은행이 주도하고 이 가운데서도 이미 유사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보험업계가 선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권도 올해 경영목표를 한결같이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한 자산운용에 맞추고 있고 각 기업의 주거래은행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은행과 보험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반면 증권.자산운용업계는 자금수탁자에서 제외돼 있는데다 퇴직연금의 주고객인 기업과의 친밀도가 은행,보험 보다 상대적으로 약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