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수주로 연일 성가를 올리고 있는 조선업계가 수주 실적과는 달리 연초부터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물량이 넘쳐나 많게는 3년∼3년반치 일감을 확보해 선별 수주에 나선 상태지만 후판값 상승과 원화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연초부터 대규모 적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월 7백16억원의 영업적자와 4백63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분기별 실적만을 공시하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으나 지난해 4·4분기에 각각 7백74억원,9백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들어서도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3년전 저가에 수주한 물량이 아직도 남아있는 데다 무엇보다 조선용 후판가격 상승과 환율 하락세에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어서다. ◆후판값·환율 이중고 포스코가 국내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후판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44만5천원에서 오는 4월 64만5천원으로 44.9%나 오르게 된다. 연간 평균 70만∼80만t의 후판을 사용하는 대우조선은 1년새 1천4백억∼1천6백억원의 추가 원가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월평균 환율 역시 지난해 1월 1천1백84원에서 지난 2월 1천22원으로 1백62원이나 곤두박질쳐 이중 고통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적자 가운데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적자가 90% 이상을 차지했다"며 "후판가격이 상하 5% 정도 변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척당 10% 정도의 마진율을 감안해 수주하던 예년과는 딴 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환율은 선물환 거래 등으로 손실을 헤지(회피)할 수 있으나 후판가격 상승은 손실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업계가 지난 2003년 이전 국제선가가 최저일 때 수주했던 물량을 현재 건조하고 있어 후판가격 상승은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2003년 이후 선가가 회복되던 시기에 수주했던 물량을 본격 건조하게 되는 내년부터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나마 선가는 오름세인데… 업계 관계자는 "다행인 것은 최근 국제선가가 상승추세여서 중장기적으로는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라면서 "환율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수주계약을 바꾸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30만DWT급 초대형 유조선의 건조가격은 지난 2002년말 6천3백50만 달러에서 현재 1억2천5백만달러로 두배 정도 상승했다. 3천5백TEU급 컨테이너선은 3천3백만달러에서 5천9백만달러로 78.8% 올랐다. 14만7천㎥급 LNG선은 34.7% 오른 2억2백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선가가 오른다 해도 원·부자재 가격과 환율이 워낙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