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를 인기투표로 뽑습니까?" 과천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최근 청와대의 '여론 떠보기'식 경제부총리 인선에 잔뜩 볼멘소리를 냈다. 지난 7일 사퇴한 이헌재 부총리 후임을 결정하면서 청와대가 처음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을 후보로 띄웠다가 다시 10일 오전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오후엔 한덕수 국무조정실장 카드를 내밀어 여론 눈치를 살피는 걸 꼬집은 것이다. 이같은 청와대의 희한한 인사방식에 대해 과천 관료들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으려는 뜻은 알겠지만 도미노식 여론검증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입장은 생각해봤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에서부터,"그렇지 않아도 인재풀이 좁은 참여정부에서 경제장관 후보군에 들어간 인재들을 그렇게 돌아가며 흠집을 내서야 나중엔 누굴 쓸지 모르겠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물론 청와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이 전 경제부총리가 언론에 제기된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난 만큼 그 후임자에 대한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검증은 능력보다는 주로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지게 마련이어서 '시장친화적 전문성과 정책조정 능력'이란 근본적인 인선기준은 희석되고 있다. 게다가 지나친 여론검증으로 시간만 끌어 경제사령탑 자리를 일주일째 비워두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급등하는 국제유가에 비상이 걸리고,급락하는 원·달러 환율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가 환투기 세력과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지휘관(경제부총리)이 없는 꼴이다. 벌써 시장에선 경제부총리 장기 공석이 불확실성을 높여 모처럼 되살아난 경제불씨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한다. "우린 도덕군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 시장을 이해하고,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있는 부총리를 원한다"는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청와대가 되새기기 바란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