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수도권 규제를 푸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2일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수도권에서의 대학 신설과 이전 및 정원 증원 뿐 아니라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을 추진하는 방안이 나왔다. 수도권 일대에 17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수도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공항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여권 핵심에서 나왔다. 연이은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 발표에 대해 수도권과 지방의 빅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도시를 옮기면서 예상되는 수도권 주민의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개발의 청사진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여년간 지속돼온 규제 일변도의 수도권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수도권 규제를 푼다면 지방자치단체에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해 체계적으로 수도권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쏟아지는 규제완화 대책 행정도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대책이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수도권에서 첨단업종의 공장 신·증설을 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이었던 외국투자기업의 공장 신·증설을 2007년까지 연장 허용하고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 대해 기존 공장의 증설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것을 공장 신설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수도권 규제 정책의 기준이 됐던 과밀억제·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을 지역 특성에 맞게 5∼6개 권역으로 세분화하겠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수도권의 특정지역에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해주는 정비발전지구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도 점차 완화해 나가겠다는 게 건교부의 방침이다. 그동안 수도권에 꽁꽁 묶어뒀던 족쇄를 대부분 풀어주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 해석도 대두 과천 정부청사에 입주해 있는 대부분의 행정부처들을 연기·공주로 이전토록 하는 행정도시 특별법이 통과되자 과천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가시화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수도권 주민들의 집단반발은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정당별 국회 의석수 및 대선 당락을 좌우하는 표밭인 수도권의 민심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행정도시 이전에 따른 민심이반을 달래기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을 쏟아내는 것은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빅딜설 배경 가운데 하나다. ◆체계적인 수도권 개발을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든 수도권 규제가 풀린다면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체계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 사정을 중앙정부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 토지이용 권한 등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생색내기용 수도권 규제 완화대책이란 질타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수도권 문제를 행정도시와 별개로 다뤄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김호영·이태명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