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십자가...'聖스런 파격' .. 국내 첫 '세계의 십자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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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전통적인 십자가는 세로나무 끝에 작은 십자가들이 꽃잎처럼 매달린 모습이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의 전통 십자가는 가로나무와 두 팔이 없는 일(一)자형인데 비해 러시아정교회에선 세로나무가 3개인 층단십자가를 사용한다.
이처럼 나라와 민족마다 다양하게 표현해온 세계 각국의 십자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올해로 한국 선교 1백20주년을 맞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가 11∼19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길의 감리교신학대학 백주년기념관에서 여는 '세계의 십자가전'.국내에선 처음 열리는 십자가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독교 전통이 뿌리 깊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아시아 등 30여개국에서 수집된 십자가 5백여점이 실물로 선보인다.
전시회를 준비한 사람은 독일에서 8년간 목회 활동을 하며 십자가를 모은 송병구 목사(44).송 목사는 "성탄 장터로 열린 벼룩시장에서 처음 십자가를 발견한 후 각양각색의 십자가를 통해 사람마다 십자가의 의미가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가를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지난 2천년간 기독교와 함께해 온 십자가는 열 십(十)자의 단순한 모양이지만 민족과 문화에 따라 폭넓은 자유와 파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스형(+)과 라틴형 두가지 기본 꼴에 배의 닻과 물고기,비둘기 발자국,생명나무 등 고전적 기독교의 상징물이 더해지고 세계 각지로 복음이 전해지면서 지역별 특성이 가미돼 삶 속에 뿌리내렸다.
전시되는 십자가들은 실로 다양하고 기발하기까지 하다.
소재만 해도 나무 소금 석탄 뿌리 가죽 뼈 유리 보석 양초 못 등 일일이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다.
동·서독을 갈랐던 분단 철조망으로 만든 십자가,총알 탄피로 만든 손톱 크기의 십자가,폴란드 소금 광산의 소금으로 만든 십자가도 있다.
이집트 콥트교회의 사제들이 목에 거는 십자가는 가죽 공예품에 가깝고 탄자니아에서 흑단(黑檀)으로 조각한 예수상은 '흑인 예수'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한국형 십자가는 드물다.
십자가를 너무 거룩한 의미로만 해석해 생활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한 탓이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소나무로 만든 통일십자가,중국에 사는 탈북 미술인이 만든 33송이 백합 십자가,조각보 십자가,조각가 김병화씨의 작품 '이어의 기적' 등이 겨우 체면을 지키는 정도다.
송 목사는 전세계 선교회와 구호기관,병원,시민단체와 정당 등이 사용하고 있는 십자가 상징과 엠블렘을 성경 구절과 함께 풀이한 책 '십자가,168개의 상징 찾아가기'(kmc,1만2천원)도 펴냈다.
(02)399-436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