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김종열 부행장(53)이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히는 등'수습 CEO(최고경영자)'로서 행장직 수행연습에 들어갔다. 김 부행장은 지난 7일 행장 후보 추천 이후 처음으로 본부부서장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가치의 수명은 사람보다 길고 그 문화는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라며 "하나은행이 지켜온 전통과 가치는 변함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정직 △공정성 △신상필벌을 제시했다. 김 부행장은 특히 "기업의 무기가 기술이라면 은행의 무기는 정직"이라며 "'이다와 아니다''있다와 없다'에 대해서는 솔직해야 하며 동료의 거짓을 방치하거나 묵인하면 금융사고로 연결되는 곳이 바로 은행"이라고 말했다. 또 "실적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평가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많은 권한을 갖게 할 것"이라며 "기회는 공평하게 주고 무임승차는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의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실수를 했을 때는 엄격히 처벌하겠지만 단순한 실적 부진자에게는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김승유 현 행장도 순조로운 '대권(大權) 이양'을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김 행장은 최근 김 부행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제까지는 양적인 성장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조직 전체에 걸쳐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마련해서 시행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김 부행장을 위해 주요 고객과 대외 인사들의 명단을 직접 작성,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꼼꼼히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하나은행 직원들은 김 부행장에 대해 "뚝심이나 추진력 등에서 '리틀 김승유'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김 부행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피하지 않고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왔다는 평이다. 지난 2000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으로부터 1천7백75억원을 유치할 당시 상황이 대표적 사례다. 경영전략본부장으로 협상대표를 맡았던 그는 알리안츠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자 2주일간 밤을 새워가며 '딜을 포기하겠다'는 배수진으로 맞서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최초의 외자유치를 성사시킨 바 있다. 또 1998년 충청은행,99년 보람은행을 각각 인수·합병할 때 업무를 총괄지휘했고 2002년엔 하나·서울은행 통합추진기획단장을 역임하는 등 하나은행의 M&A 역사에서 항상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왔다. 김 부행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와 확대이사회에서 제3대 하나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김승유 현 행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있다가 연말께 지주회사가 공식 출범하면 회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