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큰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대체로 사들인 주식을 장기보유하는 경향이 있지만 올들어 주가가 단기급등하자 보유지분을 매각하며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까지 '셀 코리아'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변경 과정에서의 교체매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 압력이 거세질 경우 해당 종목은 물론 증시 전체의 투자심리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차익실현 활발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거래소시장(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기업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기관투자가 가운데 지난 2월 이후 지분 축소에 나선 곳은 12곳에 달한다. 또 이들이 내다판 종목은 국민은행 LG전자 대림산업 STX조선 등 24개에 달한다. STX조선의 대주주였던 크레던트포스테리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STX조선 지분율이 13.37%에 달했지만 한달만에 11.11%에 이르는 물량을 장내 매각해 현재 지분율은 2.26%로 크게 낮아졌다. 지분 규모가 5% 미만이면 금감원 공시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펀드가 나머지 지분도 모두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기투자의 대명사로 통하는 캐피털그룹과 피델리티도 지분매각에 가세,주목을 끌고 있다. 캐피털그룹은 신한지주 현대산업개발 국민은행 INI스틸 한화 효성 등을,피델리티는 LG전자 호남석유 금호전기 등을 내다팔았다. 이 밖에 '외국인 1호펀드'인 코리아펀드(남양유업),템플턴(웅진코웨이),GMO펀드(대상) 등도 보유지분을 줄였다. 이같은 외국인의 매도를 반영,거래소시장에서 지난 1월 42.54%에 달했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이달 들어 42.11%로 감소했다. ◆매도 지속땐 부담 이들 해외 기관투자가의 지분 매각이 당장 국내 증시 전반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증시가 단기급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리서치헤드)는 "국내 증시에 대해 아직도 낙관하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며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는 한국증시에서 발을 빼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급등종목을 팔고 덜 오른 종목을 사기 위한 교체매매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캐피털그룹 피델리티 JF에셋매니지먼트 등 국내 기업을 잘 아는 투자자들은 지분매각 대금으로 새로운 주식을 입질하고 있다. 또 LG전자의 예에서 보듯 일부 기관투자가가 빠져나간 자리를 다른 기관투자가가 메우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외국계 기관의 움직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가급등,반도체가격 급락 등 국내 여건과 무관한 외부변수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일부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지금은 쉬어갈 때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