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디자인'이 만나고 있다.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디지털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겉모양만 봐서는 디지털카메라인지 휴대폰인지 분간하기 힘든 제품도 나왔고,오디오 제품이나 DVD플레이어로 착각하게 할 정도로 디자인이 세련된 PC도 출시됐다. 소니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디지털카메라 '사이버샷 DSC-M1'은 디지털카메라로는 파격적으로 세로로 잡도록 만들어졌다. 겉모양이 삼성전자 위성DMB폰처럼 생겨 휴대폰으로 착각하게 한다. 본체를 반으로 접어 양쪽으로 날개 펼치듯 돌릴 수 있다. 이 제품의 액정화면은 위·아래로 돌아간다. 5백10만화소대 제품으로 월평균 3천대나 팔려 공급이 달릴 정도라는 게 회사측 얘기다. 올림푸스한국이 내놓은 4백만화소급 디지털카메라 'IR-500'은 액정화면이 3백60도 돌아가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찍거나 다양한 앵글의 작품사진을 찍는 데 유용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액정화면을 접어놓으면 마치 화장품 케이스처럼 보인다. PC 메이커들은 오디오나 DVD플레이어처럼 생긴 제품을 만들어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거실형 엔터테인먼트PC '매직스테이션 MT40'은 외형만 보면 DVD플레이어와 똑같다. 기능면에서도 7.1채널 고음질 오디오를 지원해 DVD플레이어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회사측은 얘기한다. 삼보컴퓨터의 데스크톱PC 'TG/PD'는 미니컴포넌트처럼 생겼다. 본체 디스플레이에 PC의 기본사양과 상태가 표시돼 컴퓨터 프로그램을 열지 않고도 클럭 속도,메모리,하드디스크 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음향·영상 기능이 강화돼 AV(오디오·비디오)기기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본체 가격만 1백6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인 데도 디자인에 민감한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노트북PC 중엔 말 그대로 '종이 노트북(공책)'처럼 생긴 제품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센스Q30'을 비롯한 12.1인치 서브노트북은 아담하게 생겨 멀리서 보면 공책인지 노트북PC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휴대폰에서도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 많다. 금속 같은 검푸른 색감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린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D500)'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3GSM세계회의'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LG전자의 '3D게임폰'은 양손으로 게임을 할 수 있어 게임기 같은 느낌을 준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에서 디자인이 강조되는 것은 국산 제품의 성능이 세계 수준에 달하면서 성능보다는 디자인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가 3천여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휴대폰을 살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로 제조업체(18%)나 기능(11%)보다 디자인(46%)을 꼽은 사람이 월등히 많았다. 이와 관련,삼보컴퓨터 정철 부회장은 "PC는 PC,디카(디지털카메라)는 디카라는 고정관념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디지털 기기도 생활용품과 조화를 이루는 제품이라야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