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야단맞은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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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경쟁에 쏟아부을 돈 있으면 설비투자를 늘려달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3일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올해 처음 열린 이날의 기간통신사업자 CEO 간담회는 지난달 28일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그러나 진 장관은 통신업계의 과당경쟁에 우려를 표시하며 "통신장애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설비투자에 진력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진 장관은 특히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의 과당경쟁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불법영업행위가 적발되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끌어올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을 대표해 유재홍 SO협의회장도 참석해 이같은 경고를 들어야 했다.
통신업계는 올해도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은 이미 업체간 법적 분쟁을 겪었고,KT KTF LG텔레콤은 불법영업행위가 적발돼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유선통신업계도 상황이 비슷하다.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파격적 할인과 무료 경품 제공 등을 내걸고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액의 위약금을 대납해주고 경쟁사의 장기가입자를 빼앗는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통신위원회는 이같은 불법영업사례를 적발하고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출혈 마케팅과는 대조적으로 설비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통신업체들은 대부분 수년째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WCDMA 휴대인터넷 광대역통합망(BcN) 등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속도 경쟁에서는 이미 일본에 뒤지게 됐고 WCDMA 서비스도 일본·유럽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정통부는 이날 브리핑 자료를 통해 "진 장관이 간담회에서 서비스 품질 제고와 설비투자 확대에 주력할 것을 제안했고 사업자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2·28 통신장애 사태'를 계기로 통신업체들의 투자 행태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완 IT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