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차는 모두 3백36만8천대(현지조립 포함). 6위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3백37만5천대)과는 7천대 차이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올들어서도 세계 각지에서 거칠 것 없이 급증하면서 6위권 진입은 이미 확정적이라는 분위기다. 더욱이 현대.기아차가 PSA의 안방인 유럽 시장을 파고 들면서 이러한 분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해외 판매 목표는 2백81만대. 지난해보다 18.5%나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글로벌 톱 5 진입도 멀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약진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증가율(13.5%)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돼 전 세계 주요시장에서의 판매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올 들어서도 추세는 마찬가지여서 북미 시장에서는 2월까지 5만9천9백49대를 판매,15%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차 킬러로 알려진 도요타 닛산을 앞서는 판매증가율이다. 성장의 '질(質)'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판매 차종의 구성이 중소형 위주에서 중대형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쏘나타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 9천7백62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단일 모델로 월 1만대 판매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세계 2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의 약진도 눈에 띄는 대목.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폭스바겐 GM 선두업체는 물론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경쟁사마저 제치는 무서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인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고 자동차 시장이 침체에 빠진 유럽에서도 현대차는 올 들어 2월까지 5만1천6백여대를 판매,4.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긴장하는 경쟁사들 김동진 부회장은 1일 개막된 제네바 모터쇼에서 "소형차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이례적으로 TG(그랜저 후속)를 공개한 것은 대형차 부문에서도 유럽의 럭셔리 세단 메이커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쏘나타를 선보인 현대차는 이로써 중대형 세단의 라인업까지 보강,글로벌 메이커와 전 세그먼트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차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현대차가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자 푸조 도요타 등이 수익성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며 '현대차 경계령'을 내렸다. 지난달 시카고 모터쇼에서 선보인 기아차의 VQ(카니발 후속)에 대해서는 혼다·도요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이어졌다. 이미 2개월 연속 중국시장에서 수위자리를 놓친 폭스바겐 GM 도요타 등은 추가 가격할인 등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현대차의 질주를 막아보겠다는 태세다. ◆노사관계 안정이 과제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 같은 약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마케팅 투자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노사관계 유지가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올 들어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노조간부의 채용비리 사건 등과 같은 후진적인 노사관행에 메스가 가해져야만 현재의 원가 경쟁력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제네바(스위스)=이익원·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