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사실상 접수한 '한국 군단'이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 하와이의 거센 바닷바람에 막혀 제니퍼 로살레스(필리핀)에게 우승컵을 내줬던 한국선수들은 오는 5일(한국시간)부터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보스케레알골프장(파72.6천889야드)에서 3일간 열리는 마스터카드클래식(총상금 120만달러)에 25명이 출전해 우승컵을 노린다. 올해 창설된 이 대회에는 '한국 군단' 간판격인 박세리(28.CJ)가 올들어 처음출전한다. 개막전 SBS오픈을 건너 뛰고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동계 캠프에서 혹독한 강훈련을 소화한 박세리는 작년에 겪었던 최악의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을 이 대회에서 쏘아 올리겠다는 출사표를 전해왔다. 박세리는 그동안 속을 썩이던 드라이버 난조를 말끔히 고쳤고 최근까지 집중 연마한 아이언샷 정확도 향상 훈련도 흡족한 수준에 이르러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군단 대표선수'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다짐이다. 작년 부진의 원인에 대해 "스윙이 망가진 것보다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한 박세리에게는 이 대회 제패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 SBS오픈에서 다소 체면을 구긴 박지은(26.나이키골프)의 각오도 박세리 못지 않다. 겨울 동안 치른 6주간의 훈련에서 고친 스윙이 아직 몸에 익지 않아 2라운드부터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던 박지은은 시즌 첫 한국인 우승자의 영광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 김미현(28.KTF) 역시 개막전 부진을 이번 대회에서 털어내고 '코리언 군단'의간판주자로서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작년에 한국선수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상금랭킹 7위를 차지하고도 주목을받지 못했던 것은 우승컵이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 아래 시즌 초반 일찌감치 정상에올라 부담감을 털어내겠다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SBS오픈에서 공동5위에 올라 나름대로 '한국군단'의 체면을 세웠던 한희원(27.휠라코리아)도 마수걸이 우승컵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SBS오픈에서 샷 감각은 좋았지만 실전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집중력 부족으로 짧은 퍼팅을 몇차례 놓치면서 로살레스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고 분석한 한희원은'두번 같은 실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 말고도 한국 군단에는 박희정(25.CJ), 장정(25), 김초롱(21), 안시현(21.코오롱엘로드), 송아리(18.하이마트) 등이 우승 후보로 대기 중이다. 한국인 5번째 신인왕에 도전하는 김주미(21.하이마트)와 이미나(24), 임성아(21.MU) 등 새내기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우승 전망은 각오만큼 밝은 것은 아니다. 우선 '지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오랜 겨울 휴식을 마치고 투어 대회에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LPGA 투어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린 소렌스탐이 변함없는경기력을 발휘한다면 한국선수들의 우승 가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 다만 최근 남편과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갈라선 심리적 여파가 플레이에 얼마나 반영될 지가 관심사다. 이와 함께 홈코스에서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도 벅찬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가 긴급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오초아가 멕시코에서열리는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는 답변이 16%나 나왔다. 지난해 드라이브샷 비거리 10위(264.3야드), 그린 적중률 3위(73.2%), 퍼팅 4위(1.76개) 등 안정된 실력을 바탕으로 2차례 우승을 따내며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오초아는 홈 어드밴티지를 안아 오히려 소렌스탐보다 더 위협적인 상대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개막전 우승으로 한껏 사기가 오른 로살레스와 갈수록 플레이가 노련해지고 있는 크리스티 커(미국), 그리고 지난달 27일 일본의 떠오르는 별 미야자토아이의 돌풍을 잠재우고 유럽여자프로골프(LET) ANZ레이디스마스터스를 제패한 카리웹(호주)도 한국 선수들의 우승 길목에 버틴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