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공포가 또다시 동남아에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12월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14명이 사망했으며 캄보디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조류독감이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2년전 8백여명의 사망자를 낸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한국도 조류독감의 안전지대라고 단정짓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21세기의 페스트'로 통하는 조류 독감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도움말=을지의대 을지병원 호흡기내과 이병훈 교수,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오원섭 교수 > ⊙ 조류에 서식하는 H5N1 바이러스가 주범 조류독감은 조류에 서식하는 'H5N1'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독감이다. 기존에는 H5N1이 닭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에만 독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 환자 6명이 사망하면서 인간도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음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H5N1이 닭이나 돼지의 몸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전염은 아직 확인된 것이 없지만 태국 연구진은 지난해 태국에서 한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5N1과 같은 독감바이러스는 DNA에 비해 변종이 일어날 확률이 10만배나 높은 RNA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사람 간의 전염이 가능한 변종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조류의 배설물과 분비물을 통해 전염 조류독감은 H5N1에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과 분비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다.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공기 중에 떠도는 배설물의 미세먼지를 흡입할 경우 감염된다. H5N1은 배설물에서 3개월 이상 생존한다. 전염력도 강해 오염된 닭똥 1g으로 닭 1백만마리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 H5N1은 인체에 침입하면 1~3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본격 활동하게 된다. 조류독감의 증상은 일반 독감과 비슷하다. 고열,기침,목 따가움,근육통 등이 일어나며 폐렴,유행성 결막염 등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최근 동남아에서는 치사율이 80%에 이르고 있다. 환자 자신이 조류독감과 일반 독감을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에 다녀오거나 조류와 접촉한 후 12일 이내에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인체 감염사례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충북지역에서 닭과 오리가 조류독감으로 폐사하기도 했다. ⊙ 닭고기나 오리고기 익혀먹으면 감염 안돼 조류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류와 접촉하지 않는 게 최선책이다. 닭 오리 등을 키우는 농가에서는 바이러스 방지복을 착용하는 게 안전하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동남아를 여행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꼭 방문해야 할 경우 해당국가에서 지정된 위험지역을 피하고 닭 오리 등을 판매하는 곳에는 가지 않도록 한다. 평소에 조류와 접촉할 일이 없다면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만으로도 예방가능하다.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 H5N1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75도 이상의 온도에서 30초 이상 가열하면 죽게 된다. 달걀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알을 낳지 못한다. ⊙ 조류독감 백신 임상시험 진행될 듯 조류독감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WHO는 독감치료제의 하나인 '타미플루'가 H5N1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난해 밝혔다. 타미플루는 H5N1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뉴라미니데이즈'를 억제해 H5N1이 인체 내 다른 세포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증상이 일어난 후 48시간 내에 복용하면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 백신도 아직은 개발단계에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조만간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임상실험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