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급락에 따른 조정을 거친 코스닥시장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단기 테마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 분위기가 사그라지고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가고 있다. 인터넷과 LCD·반도체장비주,우량 내수주 등이 대표적이다. 잊혀졌던 중소형 굴뚝주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는 점도 이전과는 다르다. 올 들어 가장 길었던 나흘 동안의 조정기간에 '옥석가리기' 작업이 벌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도주 물갈이 24일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시총 상위 20개사 중 80%인 16개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 대형주 위주의 스타지수 상승률은 2.60%로,강보합세에 그친 중·소형지수 오름폭을 웃돌았다. 인터넷 대장주인 NHN다음커뮤니케이션이 각각 4.45%,3.61% 상승했다. 조정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시점에 다음이 전자상거래업체인 온켓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상승폭을 키웠다. 실적 턴어라운드가 돋보이는 아시아나항공 LG홈쇼핑 CJ홈쇼핑도 강세였다. 주성엔지니어디엠에스 에스엔유프리시젼 등 LCD(액정표시장치)장비주들도 강세대열에 합류했다. 국순당 CJ엔터테인먼트 등 내수주도 빠지지 않았다. 장기침체에 빠져있던 휴맥스와 조정세가 완연했던 휘닉스피디이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중앙디자인(인테리어디자인) 나라엠앤디(금형생산)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소형주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대형 우량주들의 동반 강세는 모처럼만이다. NHN은 6일만에,다음은 7일만에 각각 상승세로 돌아섰다. 휴맥스와 휘닉스피디이도 각각 6일과 5일만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이상급등 양상을 보였던 테마주들은 상승탄력이 둔화됐다.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테마의 대장주인 C&S마이크로는 2.90% 떨어져 나흘째 약세였다. 무선인터넷의 대표주인 지어소프트도 사흘째 하락했다. 렉스진바이오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조아제약 대화제약 이지바이오 등 일부 제약·바이오주는 장중 상한가에 올랐다가 막판 급락세로 돌변하는 등 요동쳤다. 산성피앤씨 마크로젠 등 줄기세포 관련주도 급등세에서 급락세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인이 이날 8일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강해진 체력 전문가들은 대형 우량주로 시장 매기가 옮겨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모처럼 쌍끌이 매수세에 나섰다는 점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정국면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낙폭이 컸던 IT종목과 우량 내수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그러나 "테마주들의 경우 장중 급등락을 되풀이 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난 뒤 시장의 중심축이 우량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우량 IT주가 주도권을 확고하게 굳힌다면 또다시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