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의 표본, 초판 1쇄 이후 29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책작가 조세희(趙世熙, 1942~2022)의 대표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묶인 연작소설 전체를 가리키는 말인 동시에 중편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 편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특히, 단행본은 1975년부터 1978년 사이에 발표된 12편의 연작 중, 단편을 담고 있다. 12편의 연작 제목을 게재된 순서대로 작품 최초 발표 지면 및 시기와 함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뫼비우스의 띠 / 《세대》, 1976.02.● 칼날 / 《문학사상》, 1975.12.● 宇宙旅行(우주여행) / 《뿌리깊은 나무》, 1976.09.●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문학과 지성》, 1976. 겨울● 陸橋(육교) 위에서 / 《세대》, 1977.02.● 軌道回轉(궤도회전) / 《한국문학》, 1977.06.● 機械都市(기계도시) / 《대학신문》, 1977.06.20.● 은강 勞動家族(노동가족)의 生計費(생계비) / 《문학사상》, 1977.10.● 잘못은 神(신)에게도 있다 / 《문예중앙》, 1977. 겨울● 클라인氏(씨)의 甁(병) / 《문학과 지성》, 1978. 봄●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 《창작과 비평》, 1978. 여름● 에필로그 / 《문학사상》, 1978.03.이 책에 실려 있는 각각의 작품들은 독립된 작품으로서 독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모두 함께 어울려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이루고 있다. 산동네 철거민촌에 살면서 채권 장사, 수도 파이프 수리 등으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난장이1)’ 아버지를 포함하여, 어머니와 두 아들 ‘영수’와 ‘영호’, 그리고 막내딸인 ‘영희’ 등 다섯 명의 가족 이야기가 핵심을 이룬다.그중에서도 표제
"홀로 남은 좁은 골목길에서 당신을 연모하는 수줍은 내 마음이 들킬까 조심스레 전봇대에 숨어 버렸다오."이런 사랑 이야기를 담은 글을 읽다 보면 사랑의 중독 증상에 세 가지 주요 특징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선 내성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또 보고'해야 한다. 둘째로, 금단현상이다. 셋째, 재발 현상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거나 연화를 보다 보면 목숨을 건 사랑을 하는 사랑에 눈물을 흘리는 감정이입이 될 때도 있다.목숨 건 사랑이라도 중요한 건 그게 순수한 사랑인지 아니면 집착이었는지 분간을 해야 할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이끈 청년 괴테의 대표작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지게 된 이 작품은 사랑의 열병을 앓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영혼을 울렸다. 주요 내용을 떠올려 보자.마음씨 착하고 교양 있는 청년 베르테르. 그도 한 여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비극을 낳지는 않았을 것이다. 봄이 한창인 어느 해. 그가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나타났을 때 비극은 잉태되었다. 젊은 변호사 베르테르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간다.그는 부유한 시민계급 출신으로 아버지의 유산을 받아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마을 교외에 사는 법관의 딸로, 8명의 동생을 어머니 대신 보살피는 아름다운 로테를 만난 사건은 비극의 씨앗이 됐다. 로테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성이기도 하지만, 베르테르를 유혹하는 말도 건넨다.문제는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베르테르와 로테와의 만남이 깊어질 무렵,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여행에서 돌아온다. 이때부터 베르테르의 감정
만추의 계절이 첫눈 소식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11월은 겨울로 가는 길목이자 정류장. 올해는 유달리 추웠다 더웠다, 들썩들썩했지만, 11월은 늘 곧 다가올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우리를 채비시키는 시간이었고, 낙엽이 흰 눈에 덮이기 전에,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전에, 계절의 정류장이 되어준다. 정류장은 모든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곳이지만, 정류장 자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은 공간을 잇고, 사람을 잇고, 시간을 잇는 중요한 곳이다.발레에서도 정류장과 같은 의미를 지닌 동작이 있다. 바로 파세(passé)이다. 파세는 발레의 모든 작품과 발레를 연습하는 모든 과정에서 늘 함께하는 동작이다. 파세는 한 다리를 바로 세워 중심축을 잡고, 다른 다리의 무릎을 구부려서 발끝을 중심축이 된 다리의 무릎 위치에 가져다 놓는 동작이다. 클래식 발레에서 파세는 턴 아웃 상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모습을 앞에서 보면 두 다리 사이에 삼각형의 모양이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마법의 삼각형’이라고 부른다.발레에서는 파세를 통해서 들어 올린 다리를 앞이나 뒤, 혹은 옆으로 보낼 수 있다. 모든 동작이 파세를 거치는 건 아니지만 아라베스크(arabesque), 애티튜드(attitude) 등 발레의 기본적인 주요 포즈나 동작들은 파세를 거쳐서 만들고, 공중에서 이뤄지는 롱 드 장브 앙 레르(rond de jambe en l'air)의 경우도 파세의 상태에서 이뤄진다. 흥미롭게도 파세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지나가는’이라는 뜻이 있다. 영어로는 패스드(passed)와 마찬가지이다. 즉, 파세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패스포트(passport)이다. 이 마법의 삼각형을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