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전남 광양항 크레인공사를 국제입찰에 부치자 국내 크레인 제조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단은 예산절감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하고 있으나 업계는 국내 산업 보호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제입찰 방침 철회 및 입찰 예정가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단은 업계의 반발에도 지난 15일 광양항 컨테이너 크레인 8기 공사에 대한 국제입찰을 강행했으나 중국 ZPMC사 한 곳만 응찰했을 뿐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모두 불참,자동 유찰됐다. 공단은 지난 15일과 똑같은 조건으로 23일 다시 국제입찰에 부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입찰은 광양항 3단계 1차공사로 22열 7단 규모의 최신식 컨테이너 크레인 8기를 제작,설치하는 공사.책정된 예산은 4백80억원으로 1기당 60억원 규모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부산 신항만과 부산항 감만·감천터미널,인천 신항만,평택 신항만 등 민자로 운영되는 국내 주요 항만의 크레인 공사를 중국 업체에 잇따라 빼앗겨 온 터.여기에 정부 산하의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마저 중국 업체를 염두에 둔 국제입찰에 나서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국가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단이 관련산업의 파멸을 의미하는 국제입찰로 크레인 공사를 하려고 한다"면서 "이는 고용 안정,일자리 창출 등 참여정부의 국가 기본정책에도 상반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또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의 크레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외국업체는 입찰에서 제외시키고 있다"며 "국산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크레인을 싸다는 이유로 국내에 들여온다면 수십년간 키워온 국내 관련 산업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측은 그러나 업계의 항의에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내세우는 1기당 75억원의 공사비는 공단의 예산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단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민 끝에 국제입찰 방식을 선택했다"며 "중국 업체가 공사를 따내더라도 국내 관련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철강재와 부품은 국내산을 쓰도록 시방서에 규정했다"고 밝혔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은 국산에 비해 크레인 가격이 20∼30% 저렴할 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공급률이 40∼45%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다"며 "원가를 낮추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