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안'으로 유명한 패션그룹 세정그룹이 자회사 세정악기를 통해 영창악기 인수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정악기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영창악기제조(관리인 이호석)에 최근 운전자금 70억원을 지원했다. 빌려주는 형식이지만 업계는 인수합병(M&A)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정악기는 대표이사를 삼익악기 창업주인 고 이효익 회장의 조카인 이재석씨가 맡고 있는데다 핵심기술자 50명이 모두 삼익악기 출신이라는 점에서 인수추진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악기업계의 다크호스,세정악기 세정악기는 '인디안'과 '니(NII)' 등 패션의류 사업을 중심으로 건설 유통 등에 진출해 있는 세정그룹(2003년 기준 자산규모 6천1백억원)이 지난 2001년 설립한 악기회사다. 중국 현지법인인 칭다오세정악기에서 피아노와 기타,디지털악기 등을 생산하며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칭다오 공장은 생산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직원수가 3천4백여명에 달하며 2003년에는 중국에서 가장 수출을 많이 한 악기업체로 꼽힐 정도로 급성장했다. 세정악기의 이재석 대표는 지난 2002년 삼익악기의 주인이 바뀌기 전까지 삼익에서 영업담당 전무와 인도네시아 법인장 등을 지낸 '악기 전문가'다. ◆영창 인수에 왜 관심갖나 세정악기가 영창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본격적인 국내진출과 브랜드 확보를 위해서다. 영창이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을 경우 후발업체로서 한국 내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초부터 국내판매를 시작한 세정이 전국 최대 유통망(1백50여개)을 갖고 있는 영창악기 대리점을 활용할 경우 1백20여개의 대리점을 보유한 삼익악기와 내수시장에서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이룰 수 있다. 게다가 영창의 국내외 브랜드들을 활용하면 빠른 시간 안에 국제무대에서 '악기업체의 명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핵심 기술자들이 모두 삼익악기 출신인 세정은 후발주자인 데도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악기업계 관계자는 "세정의 피아노는 품질이 우수한 반면 평균 가격대가 영창이나 삼익 제품보다 20~30% 저렴한 1백80만∼2백70만원대여서 영창을 인수할 경우 큰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정악기의 이재석 대표는 "영창악기의 유통망과 브랜드 가치에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영창이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이 중요한 만큼 아직 영창 인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영창악기 현재 어떤 상황인가 지난해 9월 부도처리된 영창악기는 현재 인천지방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경영을 맡고 있다. 영창악기는 이달말 법원에 채무조정 및 경영정상화방안 등을 담은 정리계획안을 제출,관계인집회를 거쳐 오는 4,5월께 법원으로부터 최종 법정관리결정을 통보받을 예정이다. 영창은 2004년초 삼익악기에 인수됐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독과점을 우려해 기업결합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최대 주주인 삼익측이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