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 봄이 오려나?'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이달말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이에따라 10여년간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미술시장이 어느정도 살아날 것으로 미술계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주요 미술시장 지원 내용과 기대효과를 집어본다. ◆기업의 미술품 구입 물꼬 터줘=이달 중 시행될 예정인 '법인세법 시행령'은 최근 발표된 정부 지원책 중 미술계가 가장 반기는 소식이다. 기업의 미술품 구매를 촉진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첫째 기업이 서화나 골동품을 구입해 사무실 복도 등에 상시 비치할 경우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받게 된다. 구매 한도도 없다. 무제한 허용한다는 얘기다. 둘째 기업이 1백만원 이하의 소액 미술품을 구입하면 손비로 인정해 준다. 거래단위별(점당)로 손비를 인정받는다. 예컨대 3백만원짜리 작품을 구입하면 손비 혜택이 없지만 1백만원 이하 미술품을 연간 1백점 사더라도 모두 손비 인정을 받게 된다. 올 하반기쯤에는 손비인정 한도가 5백만원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이 한도 확대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가나아트갤러리 이옥경 대표는 "기업이 미술품을 사면 업무용 자산 인정으로 인해 구매가의 2∼3%에 해당되는 법인세(주민세 포함)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 때문인지 세법 개정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의하는 기업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은행(Art Bank),대대적인 미술품 구매에 나서=정부 예산으로 설립된 미술은행이 3월부터 미술품 구매에 나선다. 올해 예산은 25억원.오는 2010년까지 1백75억원이 미술품 구입에 쓰여진다. 30∼40대 젊은 작가 위주의 작품을 주로 사들이기 때문에 연간 2백명 이상의 작가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은행은 작품 구매를 통해 젊은 작가의 창작 의지를 북돋우는 동시에 미술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사립미술관 지원=정부는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사립 미술관(사립박물관 포함)들을 위해 로또 기금 중 일부를 기획전 지원금으로 책정했다. 사립 미술관들의 기획전 중 우수 전시를 심의를 통해 선정,건당 최고 7천만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올해 지원금은 34억원이다. ◆전망=정부의 잇따른 미술계 지원책은 미술 시장이 되살아나는 데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미술품 구매 물꼬가 트였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신뢰할 만한 곳'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미술품' 위주의 선택적 구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0년대 미술품 구입 '붐'이 일었던 때의 '묻지마'식 미술품 구매는 더 이상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이제 공은 미술계로 넘어왔다. '정부로선 해줄 만한 것 다 해줬다'는 한 미술계 인사의 지적처럼 미술시장 활성화 여부는 미술계 스스로의 자구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