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으로 강신호 현 회장(79)을 추대키로 한 것은 지난 14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최종적으로 물리치면서 충분히 예견돼오던 결과였다. 관건은 강 회장의 수락 여부이었을 뿐이다. 강 회장은 80세를 눈 앞에 둔 고령임에도 지난 1년여간 회장대행과 회장직을 맡아 젊은 사람들도 소화하기 힘들다는 전경련의 숱한 행사들을 묵묵히 챙겨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도 빠짐없이 동행했다. 때문에 지난해말 노 대통령으로부터 "적지않은 연세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이 생겼다"는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다. 그랬던 강 회장도 가끔 피로감을 호소할 때가 있었다. "재계가 잘 되려면 나보다 젊고 힘있는 총수들이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강 회장이 지난해 10월 재계의 최고 실력자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정면으로 지목해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아달라고 압박한 것도 이같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여의치않게 되고 결국 공은 강 회장 자신에게로 되돌아왔다. 지난 29대 회장이 될 때처럼 대안이 없어 "총대"를 메게된 모양새다. 하지만 올해 전경련 안팎에 도사리고 있는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경기회복 투자촉진 일자리창출 기업도시 건설 등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재계가 정부와 보조를 맞춰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것이 첫번째 임무다. 이 과정에서 느슨하기 짝이 없는 재계의 연대고리를 회복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차기 전경련 지도부에 전폭적인 신뢰와 성원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재계에 삼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시 건설과 투자 확대등을 위해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들을 원만하게 풀어내야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과 역할문제를 놓고 전경련과 공정위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것 처럼 정부와 재계의 인식격차가 엄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경련 내부조직을 경쟁력을 갖춘 선진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당초 이건희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는 것을 전제로 향후 전경련의 역할과 운영 행태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이미 오고간 뒤다. 조직 분위기가 그만큼 이완돼 있다는 얘기다. 강 회장이 연임 회장으로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전경련 조직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운영의 묘를 살려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의 역량있는 전문가들을 채용해 내부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 기업처럼 5년,10년 뒤를 내다보며 전경련을 재계의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바꿔놓지 않으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경련 무용론"이 더욱 힘을 얻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강 회장 역시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오는 23일 정기총회 이후 개혁작업을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