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골프스카이닷컴(www.golfsky.com)에 화제가 되고 있는 글이 있다. 현직 캐디가 쓰는 '위풍당당 오감자'다. 조회수가 보통 1만건을 넘어가고 댓글 수도 수십건씩에 이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다.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항의전화까지 온다고 한다. 골프장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감칠맛나게 풀어내는 '오감자'의 글은 골퍼들이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든다. '오감자'라는 필명은 폭설로 골프장이 휴장하는 동안 '방구석에서 틀어박혀 먹다가 꽂힌' 과자이름에서 따왔다.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CC 캐디 5년차인 '오감자'의 본명은 최민아씨(28).원래 안양전문대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뒤 아현동 웨딩숍에서 일하다 '돈을 벌기 위해' 캐디가 됐다고 한다. 돈은 벌었냐는 질문에 "여름에는 하루 13시간 근무하고 한 달에 3백만원,겨울에는 6시간 일하고 1백50만원가량 벌지요. 단기간에 돈을 모을 수는 있지만 퇴직금같은 것이 없으니까 썩 많이 버는 편은 아니예요"라고 답했다. 최씨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됐다. 처음엔 젊은 시절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인터넷 '다음카페'의 '캐디세상'에 일기처럼 글을 올렸다. 그러다가 일화들이 너무 재미있어 반응이 좋다보니 계속 쓰게 됐다. 캐디가 가장 선호하는 손님은 누구일까. "잘치는 사람이 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못치더라도 진행에 협조해주는 손님이 제일 고맙죠.골퍼들도 리듬이 있듯이 캐디들도 일종의 '서브 리듬'같은 게 있어요. 한 명이 늑장부리면 리듬이 깨져 다른 동반자들도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의로 거리를 잘못 일러줘서 이글을 한 경우다. "클럽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는 손님이 있었어요. 너무 짜증이 나서 1백90야드 정도 남을 거리를 2백15야드라고 불러줬지요. 그 홀은 뒤로 넘어가면 OB인지라 잘못치기를 바라면서 클럽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너무 잘 맞아 공이 핀을 보고 날아가는 거예요. 그런데 그린에 갔더니 공이 없더라고요. 싸늘한 손님의 시선을 느끼는 순간 동반자가 홀에 볼이 있다고 외치더군요. 거짓말로 거리를 알려줘 이글을 한 셈이지요. 어떤 손님은 제가 말해주는 거리가 계속 짧다고 불평하길래 1백45야드 파3홀에서 1백65야드로 불러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게 홀인원이 됐어요." 최씨는 1년 전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7번 정도 라운드를 했지만 아직 1백타를 깨지 못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1백3타.그는 캐디가 손님으로 골프치려오면 티가 난다고 털어놨다. "일단 30대 언저리의 젊은 여자가 라운드를 하러 오면 캐디일 가능성이 높아요. 볼은 1백20타를 치는데 퍼팅할 때 라인에 볼을 태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동반자의 스코어를 귀신같이 알고 있어요. 직업을 속이지 못하는 거죠." 캐디들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으로는 '그린에서 마크 던지는 것'을 꼽았다. "말을 할 때 '야'로 시작해서 '야'로 끝나는 분과 의도적으로 진행을 지연시키는 분들도 상냥하게 대하기 힘들지요. 온갖 일 시켜놓고 수고했다 말 한마디 안하고 가버릴 때도 참 서운합니다." 그녀는 캐디들 사이에서는 '은짜'라는 은어가 있다고 한다. "은근히 짜증나게 하는 사람을 '은짜'라고 해요. 올해는 '은짜'를 안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