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035720], 인터파크[035080], 안철수연구소[053800] 등 한국 인터넷 벤처업계의 대표적인 '1세대' 업체들이 올해 나란히 창사10주년을 맞았다. 특히 '1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인터넷업계에서 이들 업체는 각 분야에서 꾸준히 정상권을 지키고 있어 인터넷 벤처업계의 '산 증인'인 이들의 지난 10년간 역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95년 2월 16일 다음이 세워진 것을 필두로 안철수연구소와 게임업체 CCR은 그해 3월, 인터파크는 11월 각각 문을 열였다. 바로 전 해인 1994년 인터넷 상용 서비스가 국내에서 시작되면서 이들은 인터넷에서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고 90년대 말의 벤처ㆍIT(정보기술) 붐을 4년 가량이나 앞서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당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이재웅 다음 대표는 현지에서인터넷을 접하고 '생활양식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혁명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학위도 포기하고 귀국해 이택경 이사, 고(故) 박건희씨 등 2명과 함께 다음을 설립했다. 데이콤에서 대리로 근무하던 이기형 인터파크 대표도 자신이 제안한 인터넷 쇼핑몰 사내벤처 소사장으로 투신했고 의대 조교수였던 안철수 대표, 한양대 대학생이던 윤석호 CCR 대표도 각각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이후 초고속인터넷의 확산 등으로 인해 국민 인터넷 이용률이 지난 99년 22% 대에서 작년 말 70%로 치솟는 등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이들 기업도 동반급성장을 이룩했다. 97년 시작한 무료 e-메일 '한메일넷'의 대성공을 기반으로 99년 종합 포털사이트로 변신한 다음은 '우리 인터넷, 다음'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야후코리아를 밀어내고 인터넷업계 대표업체로 성장해 10년만에 매출액 약 650배, 경상이익 약 1천500배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96년 국내 첫 종합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파크는 90년대 말 대기업 계열사들의 치열한 도전으로 업계 3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벤처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성을 무기로 반격에 나서 2003년 1위를 탈환했다. 안철수연구소도 거대 외국 보안업체들의 거액 인수 제안을 뿌리치고 99년 'CIH바이러스 대란' 등 고비마다 V3 백신으로 신속히 대응해 국내 보안시장의 정상으로자리잡았다. CCR도 온라인 캐주얼게임 '포트리스 2'가 대히트하면서 국산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국민게임'이라는 칭호를 얻는 성공 신화를 썼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도 최근 인터넷 확산 포화상태와 경쟁 심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맞닥뜨리면서 안팎으로 변신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다음은 지난 1∼2년간 쇼핑ㆍ보험ㆍ게임ㆍ취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급속히 다각화하고 미국 포털사이트 라이코스를 1천억원 이상의 거액을 들여 인수하는 등 확장경영을 펼쳤다. 그러나 포털업계 정상을 후발주자인 NHN[035420]에 내주고 무리한 확장으로 작년 하반기 실적 감소의 충격을 겪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라이코스 재편 등 뼈를깎는 위기 극복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파크도 불황의 여파 등으로 작년 수십억원의 손실을 내는 진통을 겪고 있으며 CCR도 날로 대작 위주로 치닫는 온라인게임 경쟁속에서 후발업체 엔씨소프트[036570]와 미국 블리자드사 등에 밀려 힘이 부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도 10년간 이어오기 쉽지 않은데 인터넷업계에서 10년간 성장을 이어왔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유비쿼터스 환경의 구현 등 지금보다 더 큰 변화가 닥칠 것이니만큼 이들도 신속히 바뀌지 않으면 생존을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