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반인 두 아들을 졸업식장에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아버지가 이 나이 먹도록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를 생생하게 보여줄 겁니다.말로는 백번해도 모르니까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품질경영부문의 윤생진 상무(53)가 17일 경기공업대학 산업경영학과를 졸업한다. 고향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목포로 유학을 나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5년만에 쓰는 학사모다. "부끄러울 이유가 있습니까.대학원에도 진학하고 박사학위에도 도전할 겁니다.60살이 되든 70살이 되든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공부할 생각인데요." 고졸 출신으로 대기업 핵심 요직에 오른 윤 상무는 이미 1997년 서울대 MBA 과정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이수했다. 이런 그가 지난 2003년 다시 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고졸 출신의 한(恨) 때문만은 아니다.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있는 사람은 결국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임원으로 퇴직한 뒤에는 수 십년간 대학 강단에서 배운 현장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줘야죠." 윤 상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선 신화적인 인물로 통한다. 78년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무려 7차례나 특진에 특진을 거듭했다. 94년엔 대리에서 바로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회장 부속실 품질경영 담당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를 회장 부속실로 발탁한 박성용 명예회장(당시 회장)은 그의 품질개선 노력을 기념하기 위해 공적비까지 공장에 세워줬을 정도다. 윤 상무의 장기는 끊임없이 쏟아내는 개선 아이디어.입사 이후 지금까지 낸 제안만 1만8천여건에 달한다. 석탑산업훈장 1회,대통령상 5회,사장 표창 52회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말로만 하면 불평불만이 되지만 글로 쓰면 제안이 됩니다.문제의식을 갖고 고정관념을 파괴하면 모든 것이 비정상으로 보이거든요.호기심도 생기게 되지요." 윤 상무는 엄연히 존재하는 고졸 출신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지금까지 TV드라마를 하루도 본 적이 없을 만큼 공부하고 현장에서 개선할 점을 연구했다. "저같은 사람은 많습니다.하지만 그런 사람을 학력에 관계없이 차별하지 않는 곳은 많지 않을 겁니다.학력보다는 능력과 실력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더 확산되길 바랍니다." 그는 0점짜리 남편과 아빠를 응원해준 가족과 금호아시아나에 정말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