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미 통신시장은 SBC와 버라이즌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방송·통신 융합으로 디지털 기술력을 강화한 컴캐스트 타임워너 등 케이블 사업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장기적으로 미 통신시장은 SBC·버라이즌의 '양대 공룡'과 케이블 사업자들이 주도하는 3강 구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통신업계,M&A가 생존법칙=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진 지난 90년대 말부터 미국 내 통신시장은 심각한 공급과잉을 경험해야 했다. 휴대폰 인터넷전화(VoIP)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AT&T,MCI 등 장거리 유선통신 업체들은 극심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MCI는 회계부정 스캔들에 휘말려 파산보호 신청까지 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통신업체들은 M&A에서 해법을 찾았다. 지난 1월 말 '아기 벨' SBC는 1백60억달러에 '엄마 벨' AT&T를 인수,3천만명의 장거리 전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단숨에 미국 내 1위 통신기업(시장점유율 기준)으로 떠올랐다. 버라이즌 역시 MCI 인수를 통해 1백만개 기업 고객과 전국적인 광통신망을 얻어 '통신 전쟁'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유선통신 업체들은 M&A를 통해 안정된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중복된 판매 및 서비스망은 과감히 없애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워싱턴포스트는 "유선통신 업체들이 초고속 인터넷과 이통통신,광통신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진출하는 데는 M&A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었다"며 "SBC가 또 다른 유선사업자 벨사우스를,버라이즌은 퀘스트를 추가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케이블 업체들,새 도전자로 급부상=SBC와 버라이즌은 미 통신업계 1위 자리를 놓고 피말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진정으로 위협적인 존재는 케이블 사업자들이다. 컴캐스트 타임워너 콕스커뮤니케이션스 등 케이블 업체들은 최근 인터넷 전화는 물론 동영상과 음성메일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 통신업체로 변신하려 하고 있다. 미국 최대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는 내년 말까지 4천만가구에 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2위인 타임워너는 해마다 20만명 이상의 전화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콕스커뮤니케이션스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화 서비스 시장의 40%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