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우먼파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보수적인 조직의 대명사인 법원과 검찰에서도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을 비롯해 경찰 대기업 대학가 등 각계각층에서 여성들이 뜨고 있다.


정부 부처 등의 경우 그동안 여성이 발탁되더라도 가정 청소년 복지 등 여성관련 자리에 배치되는 등 생색선을 넘지 못했었지만 최근 들어 총무 감사 일선기관장 등 남성 독무대를 잠식하고 있다.


15일 법관 인사에서 정식 판사로 임용된 예비 판사 가운데 절반가량인 54명이 여성이었다.


예비 판사로 임용된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역시 50% 정도인 47명이 여성으로 사법부에 불고 있는 '여풍'을 실감케 했다.


특히 김소영(39·사시 29회)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장으로 부임,사법부 사상 첫 여성 지원장이 배출됐다.


이에 앞서 14일 실시된 법무부 인사에서도 신규 임용된 검사 95명 가운데 여성 검사가 전체의 38.8%인 3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공직 사회에서도 중앙부처 고위직에 잇따라 남성을 제치고 여성이 기용되고 있다.


농림부에선 최근 부서 창설 57년만에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한 여성 과장이 탄생했고 노동부의 경우 남성의 전유물로 간주돼 온 총무과장 자리에 여성을 앉혔다.


환경부에선 정부부처 최초로 여성 감사관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여성 서기관 3명이 나란히 과장으로 승진했다.


'여풍' 현상에 대해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조기퇴직 등 조직 내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여성의 불리함을 딛고 생존하기 위해 실력과 노력을 배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면서 "임용고시나 자격증 시험 등을 통해 등용되는 공직 및 대기업에서 여풍이 더욱 거세지는 것도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이런 분야를 집중 공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금남지대'나 마찬가지였던 경찰에서도 '우먼 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60년 경찰 사상 처음으로 김인옥 경무관이 지방경찰청장(제주)이 됐고 충남지방경찰청에선 송정애 여성청소년계장이 첫 여성 경정 자리에 올랐다.


대구지방경찰청에서는 설용숙 보안1계장이 처음으로 여성 총경으로 승진했다.


여성이 가장 짧은시간 내에 '남성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간 분야는 국가고시.


지난해 사법·외무·행정·기술고시·변리사·공인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 등 주요 국가자격시험 8개의 수석을 모두 여성이 휩쓸었다.


여성 합격자 비율도 크게 늘었다.


외시는 합격자 20명 중 7명이 여성이었고 기술고시에서도 여성 합격자 비율이 20%에 육박했다.


행시의 경우 여성 합격자 수가 40%나 된다.


10여년 전 6.3%에 불과했던 사법시험 여성 최종합격자 수도 작년에는 24.4%로 급증했다.


기업에서도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다.


대기업 '별'(임원) 자리에 여성이 부쩍 늘었고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여성 합격자 수가 급증 추세다.


작년 말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3명을 합쳐 6명의 여성 임원이 승진 대열에 합류했으며 LG그룹도 신규 임원 3명을 포함해 9명의 여성 임원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국민·기업은행의 신입행원 채용에선 전체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 공채에서도 합격자의 30∼50%를 여성이 차지했다.


대학 캠퍼스에도 여성들의 바람몰이가 거세다.


지난 2000년 종합대학에서 최초의 여성 총학생회장이 탄생한 이래 작년에는 서울대 홍익대 강원대 숭실대 한동대 등 7개 대학에서 여성 총학생회장이 등장했다.


급기야 올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제13기 의장에 여학생으로는 처음으로 홍익대 송효원 총학생회장이 당선되기도 했다.


이밖에 올해 서울지역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의 여성 비율이 처음으로 90%를 넘어서는 등 '여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