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권·선물 거래소들이 거센 구조조정 바람을 맞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는 다른 거래소와 통폐합을,일부는 운영방법 개선 등을 통해 각자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끝없는 인수·합병=지난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 유럽에는 32개의 증권거래소가 있었지만 이제는 3개만이 유럽지역을 대표하는 거래소로 살아 남았다. 그나마 이 3개도 조만간 양대 거래소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인 런던증권거래소(LSE)가 독일 증권거래소나 유럽 4개국 통합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 중 한곳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 거래소들이 계속 통합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비용을 절감하는 데 인수합병 이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소형 거래소간 통합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전자 거래소인 아키펠라고 거래소는 주식 및 옵션 거래소인 퍼시픽 거래소를 5천1백만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로이터가 대주주인 인스티넷 거래소도 매물로 나와 있다. ◆운영방법도 개선=회원제로 운영돼 타 거래소와 인수합병이 곤란한 대형 거래소들은 영리법인으로 바꾸기도 하고 일부는 개장 시간을 연장하는 등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최근 몇 년간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 이미 주식회사로 전환,2002년 상장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주가가 거의 6배나 뛰어 오른 것이 기폭제가 됐다. NYSE는 개장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과 유럽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뉴욕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역시 조만간 회원사간 투표를 통해 영리기업으로의 전환과 기업공개를 실시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주식옵션 거래소인 뉴욕의 국제증권거래소(ISE)는 이미 기업공개 방침을 발표했다. ◆치열한 경쟁이 원인=인베스트먼트 테크놀로지 그룹의 유럽 담당 최고경영자 알라스데어 헤이네스는 "최근 거래소 변신의 공통된 이유는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 전자거래소가 급격히 증가,거래비용 인하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거래소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유로넥스트는 최근 거래량 감소와 경쟁적 수수료 인하로 거래당 수수료 수입이 12% 이상 줄었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거래소 통합이 일찍 시작된 것은 이곳에서 전자거래가 비교적 일찍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전자거래 시스템 도입 속도가 다소 늦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거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NYSE의 회원권 가격이 최근 9년 만에 처음으로 1백만달러 밑으로 추락한 것은 구조조정에 NYSE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